변화는 언제나 예고 없이

by YUN


유독 조급함에 잘 삼켜지는 날이 있다.

내가 이 정도 수준의 사람이구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언제나 괴롭고 잔인할 뿐이다. 눈앞이 막막했다.

오늘의 우린 젊음을 누리고 있는 걸까, 구르고 있는 걸까, 아님 그저 무력하게 누워있는 걸까.


쥐뿔도 모르는 사회에 나 제법 쓸모 있는 놈이라고, 데리고 있다 보면 요긴할 거라고, 나도 잘 모르겠는 스스로를 어필하며 살아가는 현실이 팍팍하다 못해 서럽도록 퍽퍽하다.


이직 준비가 맘처럼 되지 않는다. 착각이라도,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아는 성격 탓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간절히 벗어나고만 싶었다.


비교적 마구잡이로 이력서를 넣은 탓일까. 한 번의 면접을 떨어지고 뒤늦게 여러 사정을 고려해 두 번의 면접을 가지 않았다. 급급한 마음과 다르게 자꾸만 결과적으로 낙심하게 되는 선택에 큰 현타가 왔다. 고작 두세 번 낙방에 이 정도라니. 나약하기 그지없다.


무너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시간을 죽였다. 내가 원하는 건 뭘까, 어떤 조건을 선택하고 어떤 여건을 포기해야 할까. 다들 어떻게 이 버거운 일들을 해내고 있는 거지.

아니, 무너진 사람들은 휩쓸려 가라앉은 건가.


다들 잘만 사는 것 같을 때,

길을 잃은 것 같은 막막함에 사로잡힌 내게

직장 동료가 말했다.


전 주말에는 하루 종일
키즈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해요.
저녁엔 부업으로 디자인 경력 쌓고 있고요.
나중에 결혼 준비하려면 돈이 더 필요해서...

걱정 없이 일도 즐기면서 잘하는 것 같은 사람이

쓰디쓴 미소와 함께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렇게 재미없고 성취감 없는 일에 하루 종일 매몰되어 상사의 잔소리를 듣고, 이런 날이 반복되고 반복되어, 나는 나이만 먹은 그저 그런 인간이 되어버릴까, 하며 그저 전전긍긍할 때 누군가는 묵묵히 현실에 맞서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을 바꾸려 조금이라도 발 벗어 나서고 있는 그를 보며 변화란 언제 시작되는 걸까 깊이 고민했다.


시작과 끝, 처음과 마지막.

이리 이분법적으로 딱딱 나뉘는 것들이 삶 속에 얼마나 있을까.


오늘 그와 나눈 인사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작별인사였을 수도 있듯 우리는 언젠가 마지막 순간인지 감히 알 수 없다. 어쩌면 시작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하며 무수한 가능성을 믿고 나아가는 매일매일, 어쩌면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끝이 그러하듯 시작도 신호를 알리지 않는다. 그것은 자기도 모르게 이미 시작됐기에.


수많은 이가 치열하게 겨루고 있다.

그들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또 한 번 승리했길,

무너지고 있을 누군가의 시간이 어서어서 과거가 되길.


그 어떤 밤이 그리 캄캄했나, 나는 왜 하염없이 그것을 삼켜냈나, 왜 그럼에도 뜨거운 꿈과 그치지 않을 마음을 심었나,라는 물음에 언젠가 부끄럽지 않은 답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꿈을 꾸자, 사랑을 하자. 그렇게 살자.


출처 픽사베이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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