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슈만 & 클라라 슈만, 사랑의 대가로 자신을 제물로 바친 여인
음악사(音樂史)는 로베르트 슈만과 클라라 슈만의 결합을 세기의 로맨스로 아름답게 포장한다. 아버지의 극렬한 반대를 이겨내고 법정 투쟁까지 불사하며 쟁취한 사랑. 그러나 낭만의 베일을 걷어내고 사료의 이면을 직시하면, 그곳에는 결코 동화가 될 수 없는 잔혹한 심리적 공생(共生)과 명리학적 기운의 처절한 사투가 기록되어 있다.
이들의 사랑은 두 영혼이 만나 평온을 누린 안식처가 아니었다. 한쪽이 열어젖힌 광기의 지옥문(鬼門)을, 다른 한쪽이 자신의 뼈와 살을 갈아 넣어 막아선 지독한 희생의 제단이었다.
로베르트 슈만의 삶은 명리학에서 말하는 '귀문관살(鬼門關殺)'의 교과서적인 표본이다. 귀문이란 무엇인가. 귀신이 드나드는 문, 즉 현실과 이계(異界)의 차원을 연결하는 통로다. 이 살(殺)이 강하게 작용하면 인간의 감수성은 범인(凡人)의 경계를 초월한다. 하늘의 소리를 듣는 천재적 영감이 쏟아지지만, 그 대가로 현실의 감각을 상실하고 신경증과 광기에 사로잡힌다.
슈만은 자신의 내면을 두 개의 인격으로 분열시켰다. 맹렬하고 충동적인 '플로레스탄'과, 내향적이고 몽상적인 '에우세비우스'. 귀문관살 특유의 자아 분열적 기질을 창작의 페르소나로 삼은 것이다. 무리한 연습으로 손가락이 마비되어 피아니스트의 꿈이 좌절되었을 때, 그의 사주에 억눌려 있던 귀문의 에너지는 작곡이라는 분화구를 찾아 광적으로 폭발했다.
그는 환청을 들었다. 천사들이 불러주는 선율이라 믿었던 그 소리들은, 점차 악마의 비명으로 변해 그의 뇌수를 갉아먹었다. 슈만은 현실에 발을 딛지 못한 채 부유하는 위태로운 유령이었다. 그가 미쳐버리지 않고 당대의 대문호로 역사에 남을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그의 발목을 붙잡고 지상으로 끌어내린 강력한 중력, 클라라 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클라라 슈만. 그녀는 19세기 유럽 최고의 피아니스트였으나, 슈만의 아내가 된 순간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혹독하게 개조해야 했다. 명리학의 렌즈로 보면 클라라는 전형적인 '식신생재(食神生財)'의 화신이다. 식신은 먹이고, 기르고, 무언가를 생산해 내는 강인한 생명력이다. 재성은 그 생명력을 탕진하지 않고 구체적인 결과물과 현실의 질서로 묶어내는 통제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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