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Sa Nov 24. 2022

독서가 '습관'이 되는 비법

책벌레가 주변에 알을 뿌리고 간 이야기

방 안을 가득 채우는 책들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다. 책에 둘러싸인 방에서 생활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한 의미로 내 방은 많은 책으로 가득하다. 평소에도 관심을 갖고 책을 읽으며 돈이 생기면 옷이나 먹을 것보다 책을 사는 것이 더 좋았다. 많은 책 중에서 나의 최애로 선정된 책들은 책상에 나열하고 눈에 띄기 쉬운 곳에 두었다. 그리고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올 때면 예쁘게 진열된 책들에 관심을 갖었다.


어느 날, 우리 집에 친구가 놀러 왔다.  그녀는 책은 좋아하지만 나처럼 읽는 건 귀찮아했다. 읽을 때는 읽지만 나처럼 습관화되어 있지 않은 그녀가 우리 집에 놀러 올 때마다 나열된 책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어느 한 을 보며 말했다.


"있잖아. 나 이 책 잠깐 읽어봐도 될까?"

마침 바다에서 낚시하다 물고기를 잡은 사람처럼 그녀는 책 한 권을 손에 지우며 빤히 표지를 바라봤다. 나는 마음껏 읽으라고 하며 그녀는 의자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자기 전에 대도록 책을 읽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도 여유가 있다 싶으면 책을 읽었는데 그녀가 그 모습을 우리 집에 방문했을 때 목격하곤 했다. 그녀는 알렉산더 로이드가 쓴 [메모리 코드]를 집중하며 읽었고 나는 그녀 옆에서 읽던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애독자로서 주변에 독서가가 탄생하는 것은 무척이나 기쁜 일이다.


날이 지나 그녀에게 한 변화가 생겼다. 그건, 그녀는 우리 집에 자주 들락날락했었는데 그럴 때 마다 읽을 책을 갖고 온 것이다. 가방 안에 책을 넣고 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그 전 까지는 보기 드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침 오래전부터 그랬다는 듯이 아무 어색함 없이 책을 들고 왔다. 우리는 잠에 들기 전에 방 불을 하나 남긴 체 다 끄고 아늑함과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오렌지 빛이 나는 전기스탠드 하나로 책을 읽었다. 너무 행복했다.  혼자 읽을 때 보다 누군가와 같이 읽을 때 비록 행복감은 더 커 진다. 그리고 나는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7시에 눈이 떠지자 아직 들 정신이 든 상태로 친구가 자던 자리를 봤다. 하지만 친구는 그 자리에 없었고 대신 책상에 앉아 어젯밤에 읽다 남던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이른 아침에 그녀가 잠도 안 자고 지금까지 읽었나 싶어 언제부터 그러고 있었냐고 물었다. 그 무름에 그녀는 자다가 6시에 잠에 깨서 읽었다고 했다. 얼마나 책에 빠졌으면 이른 아침에 핸드폰 대신 책을 읽는가 싶었지만 마음은 뿌듯함과 기쁜 감정에 가득 찼다. 나는 그녀가 점점 책을 삶에서 가까이하는 모습을 봤다.


이런 현상은 어린아이들 한테도 영향을 준다. 나는 한 때 돌보미 알바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맡았던 아이는 나처럼 책을 좋아했는데 그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귀가하는 길에 지하철을 타고 몇 분 가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주는 일을 했을 때 지하철에서 책을 읽었는데 첫날에 그 아이는 지하철에서 심심해하더니 결국 잠을 잤다. 나는 지하철에서 대화를 하면 주위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아이와 대화를 나누지 않았는데 아이는 무척 심심해 보였다. 나는 그에게 앞으로 선생님처럼 이동 시간에 책을 들고 있으면 지루한 시간도 저절로 가고 생각보다 많은 양의 책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하려다 말았다. 그 이유는 누구나 령처럼 무언가를 하라고 하면 싫증이 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행동으로 보여주기로 했다. 내가 그 아이와 있는 시간에 전철 안에서 책을 읽으면 점차 그 아이도 나를 따라 책을 펼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다.


그리고 그러한 나의 추측이 맞았다는 듯이 그 아이는 두 번째 만남 때 학교 도서실에서 빌려왔다며 권에 책을 나한테 보여줬다. 왜 이렇게 책을 빌려 왔는지 물었더니 그 아이는 저번에 나와 만났을 때 내가 전철 안에서 책을 읽고 있어서 자기도 그러려고 빌려 왔다고 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지하철에 탈 때마다 책을 읽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읽었다. 그 행동은 점차 무의식으로 이루어지고 나는 그 아이가 전철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우리는 상대가 했으면 하는 행동을 남한테 말로 지시하는 것보다는 상대가 스스로 하게끔 환경을 만들거나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있다. 말로만 하면 누구나 자존심을 내세우고 싶어 하며 거부감을 느낀다. 그리고 안 하려 한다. 하지만 방향성을 이끄는 행동을 보여주거나 그럴 수 있게끔 환경을 마련해주면 마침 도로가 생기게끔 길을 만들어주고 거기를 자동차가 달리게 하는 원리처럼 하면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