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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클리스트 Jan 26. 2023

싱가포르에서 생긴 일 #4

만 족

어느덧 싱가포르 여행 8일차. 한국으로의 귀국을 하루 앞둔 오늘, 바쁜 여행 일정 속에서 여유를 갖기 위해 하루를 통째로 비워놓았다. 마지막 남은 하루는 센토사 섬 방문에 시간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간단하게 짐을 싼 뒤 숙소 밖으로 나선다. 


너무나 운이 좋게도 센토사 섬에 도착했을 때 맑은 날씨가 나를 반겨주었다. 우리나라의 남이섬과 같은 센토사 섬은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을 비롯해 여러 휴양 요소들이 가득했다. 오후 1시 도착 이후, 팔라완 해변부터 천천히 산책을 하며 걸어갔다. 


팔라완 해변, 탄종 비치클럽을 산책하고 수제버거를 먹고 나니 시간은 벌써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센토사 섬에서 꼭 타보고 싶었던 루지를 타러 이동했다. 루지 매표소 입구에 도착했을 때 무언가 이상한 조짐을 느낄 수 있었다. 현지 매표소의 여성 직원이 줄을 서려는 손님들을 돌려보내고 있는 것. 자세한 사정을 들어보니 금일 루지 예매 표는 모두 팔렸으며, 정시마다 배정되는 타임 슬롯 역시 모두 꽉 찼다는 것이다.


루지를 타보고 싶어서 센토사 섬에 들어온 목적도 있던지라 아쉬움 마음이 앞섰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아쉬워만 할 수 없는 노릇이기에 루지를 탈 수 있는 여러 해결 방법들을 모색해보았지만, 통하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은 채, 스스로 마음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루지 탑승 표를 먼저 예매한 뒤에 해변 산책을 했다면 어땠을까. 내가 그 생각을 왜 못했을까.'

'갖고 싶은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는 게 인생 아닐까.'


아쉬움 섞인 복잡미묘한 감정으로 내 마음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해변 산책을 하면서 좋은 시간들을 보냈고, 루지를 타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거야. 인생사 새옹지마니까. 여행하면서 다치지 않은게 제일 우선이지.


싱가포르 도심으로 돌아오는 트램 안에서 생각했다. 예전 같았으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루지)에만 초점을 맞추어 계속해서 집착했을텐데 오늘은 확실히 달랐다. 루지를 못 타서 잠시나마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으나, 금방 정신을 차리고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 것, 그리고 누렸던 것들(센토사 해변 산책)에 초점을 맞추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화하여 인식할 수 있는 메타인지도 확실히 성장했고, 무엇보다 감사할 줄 아는 능력이 성장했음에 감사했다. 


한정된 시간 자원과, 한정된 예산 아래에서 모든 것을 다 누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적정 수준에서 만족하고, 감사하며, 검소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고, 끝이 없는 늪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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