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마디로 시작됐다. 신기한 물건은 일단 사고 보는 우리 도서관 '어쩌다 피디'가 며칠 전부터 짐벌을 가져와 만지작거리더니 한 말이다. 미니빔, VR 등 새로운 것은 일단 사고 보는 친구다.
책상에는 늘 잡동사니가 가득하다. 개새(개+새) 피규어, 녹차용 일회용 팩, 군대 비상식량으로 개발됐다는 마시는 링거액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호기심이 많고, 특히 디지털기기에 대한 관심이 많아 대학 때부터 전산 사서가 되려고 했단다. '당연히 남자겠지' 하는 편견은 버리시길. 여자다. 우리 도서관에서는 '준 전산 사서'다.
지난해 코로나로 비대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시작한 유튜브 라이브도 이 친구가 없었으면 못했다. 전문 분야가 아닌지라 좌충우돌 시행착오는 많았지만 어찌어찌해냈다. 하나씩 부족한 장비도 구입하고, 전문 너튜버인 '그 동생에 그 언니' 도움도 받고, 주변에 아는 피디들에게 물어물어 이제는 안정적인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우리들 사이에서는 김 사서보다는 김 피디로 통한다.
이번에도 관심이 있어 일단 사긴 했는데 한 번도 써보질 않아 남편에게 한소리 들었단다. 팔래도 우선 기능이라도 알아야 할 것 같아 연구 중이란다. 평소에도 나는 우리끼리 하는 자체 당근(마켓)은 물론 직원 부모님이 하는 딸기농장의 구독 수준 단골이며 직원들끼리의 공구에도 빠지지 않는 자타공인 큰손이 아닌가. 게다가 '호기심 천국', 것도 영상 쪽 관심까지 아는지라 이미 타깃은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거래는 쉽게 이루어졌다. 중국산 저렴이라 일단 에누리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또 다른 큰손(대개는 먹거리 쪽) 양쌤이 관심을 보이는 통에 망설임 없이 현금을 건넸다. 짐벌과의 운명적 만남, 개설 7개월 동안 단 3개뿐이었던 채널에 불과 4일 만에 10개의 영상이 쌓였다. 마침 출근길 도서관 주차장 입구에서 중앙선 침범 현장을 시보도 안 뗀 교통순경에게 적발돼 벌점 30점에 범칙금 6만 원 통지서를 받은 날였다. 벌점 40점이면 1년 간 면허정지라는 말에 깜짝 놀라 다음날 훈련소 퇴소하는 아들 마중도 안 가고, 코로나 이후 분신처럼 함께했던 차를 집에 두고 전철로 출퇴근을 시작한 덕분이기도 하다.
참고로 나의 교통법규 위반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인근에 유턴 구역이 없어 2km를 돌아와야 한다. 경찰서에서도 사정을 잘 안다. 이참에 시정을 요구하는 단체 민원을 올렸더니 경찰에서도 '도로가 협소해 구조적으로 어렵다. 미안하다.'는 답변을 줬다. 불법 시민으로 오해는 마시길. 30년 운전 인생에 최대의 오점을 남겼다. 벌점을 깎아주는 교육이 있다 해서 신청했고, 심리적 안정을 위해 운전은 그 이후에나 할 생각이다. 사고는 나만 조심한다고 안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에.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장만 기념 테스트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다음 날 출근길부터 촬영을 시작했는데 짐벌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것. 점심식사 후 도서관 옆 공원 산책과 퇴근길, 아들 생일 겸 훈련소 퇴소 축하파티, 토요일 직원 결혼식, 남편과 동행한 덕분에 조수석에 앉은 토요일 출퇴근길까지 짐벌과 나는 한 몸이 됐다.
늘 마음뿐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나도 너튜버'? 지난해 코로나로 비대면 서비스의 필요 때문에 열린 영상아카데미 교육용으로 개설한 채널였는데... 직원 결혼식에서 잠깐 찍나 했는데 내내 촬영하는 나를 보고 왕사서가 나에게 한 말.
"팀장님은 영상을 진짜 사랑하시는구나!"
나도 몰랐다. 3만 원짜리 짐벌이 나를 너튜버로 만들지. 이왕 시작했으니 신나게 해 보자. '어쩌다 너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