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점 감경 교육은 처음이라

살다 보니 이런 날도

by 유목민


난생처음 벌점 30점, 그것도 한방에


벌점 감경 교육을 다녀왔다. 한번 교육으로 최대 20점까지 감경해준다. 분위기는 솔직히 좀 그렇다. 이럴 때 마스크가 얼마나 고마운지. 여자는 달랑 나 혼자다. 앞뒤 가득 시커먼 남자들로 둘러싸인 심정이라니... 역시 준법정신은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뛰어난 모양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생업을 위해 운전을 해야 하는 사람은 남자가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 단 한 명뿐인 나는? 무식할 만큼 '용감한 여자'다.


교육장 내부

초보 때부터 겁이 없었다. 내비도 없던 시절이고, 서울 지리도 모르는 새파란 아가씨가 무조건 운전대를 잡고 몸으로 체득했다. 오죽하면 한 달 동안 매주 불광동에서 역삼동을 오가면서 매번 다른 길로 다녔다. 표지판만 보고 방향을 찾아다니니 그럴 수밖에. 불광동 골목 전봇대를 피하지 못해 운전석 창문이 열린 채 옆구리를 박았는데 비가 오는데도 창문을 못 올리고 달렸다. 그래도 용감하게 창문 내린 채 주차해 뒀다가 또다시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반포대교 진입 전 고가 위에서 유턴을 하다 맞은편 교각을 박았는데 너무 창피해 차를 살피지도 못하고 도망쳐왔다. 다행인 것은 내차만 상처를 냈을 뿐 기적적으로 다른 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 맞다. 지금 생각해보니 지금은 철거된 창경궁 방향 종로 고가 위에서 뒤차에 피해를 준 일이 딱 한번 있었다.


눈이 내리는 겨울 아침이었는데 고가에 오르고 나서야 앞의 차들이 밀려있는 게 보였다.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45도쯤 왼쪽으로 돌았다. 다행히 마주오는 차가 없어서 나는 사고를 면했지만 뒤이어 오던 차들끼리 추돌사고가 났다. 물론 안전거리 미확보는 그들 책임이지만 식겁했다. 그래도 벌점이나 사고는 없었다. 그때는 교통경찰들이 비슷한 또래였는데 "누구는 군대 와서 뺑이 치고 있는데..." 혼잣말을 하면서도 소소한 위반은 잘 봐줬다. 그게 문제였을까?.




맘먹기 나름, 불가능한 것은 없더라


우선 내 글을 처음 읽게 될 독자를 위해 변명 아닌 변명부터 해야겠다. 벌점을 왜 받았냐고? 열흘 전 출근길 도서관 주차장 입구에서 현장에 나와있던 교통경찰에게 불법유턴을 딱 걸렸다. 에누리 없이 중앙선 침범으로 벌점 30점에 범칙금 6만 원 고지서를 받았다. 인근에 유턴구역이 없는 데다 비보호 좌회전 신호도 없어 족히 2km를 돌아야 한다. 그래도 그래도 눈치껏 잘 살피고 유턴을 하곤 했는데 그날은 무슨 생각였는지 주차장 진입로가 확보되자 전방 20m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겁 없이 휙 유턴을 감행했다. 아뿔싸. 반쯤 돌고 나니 그제야 건너편 나무 옆에 서 있던 경찰이 보였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벌점이라도 낮춰달라고 애원을 해봤지만 경찰은 단호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보였다고... 이해는 된다. 걸려도 된통 걸린 것이다.


속상한 마음을 상쇄시키려 남다른 셈법도 동원해봤다. 1년에 출근일 200일을 불법유턴을 했으니 그걸 다 걸렸다 치차. 벌점 600점에, 범칙금 1,200만 원은 내야 했겠지. 그런데 까짓 6만 원이면 내가 더 이득이다. 정신건강을 위해 그렇게 마음을 다독여도 봤지만 문제는 벌점이다. 기분도 기분이지만 적발한 교통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벌점 40점이면 1년간 면허정지란다(알고 보니 잘못된 설명였지만, 벌점만큼 일수로 계산해 정지다). 코로나 이후 차와 한 몸처럼 살아온 나에게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다. 전철로 출근하려면 출발부터 1시간 3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인데 비해 차로 오면 30분 주파가 가능하다. 이조차 남들과는 반대로 강남에서 강북으로 출근하니 가능한 일이다. 이런 달콤함에 젖어 차를 포기하기가 힘들었다. 출퇴근뿐 아니라 장보기, 엄마 병원 동행 등 차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다 혹시 예기치 않은 접촉사고라도 난다면 꼼짝없이 1년 면허정지상태로 살아야 하나? 쉽사리 부담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찌어찌 무마시켜 보려고 사방팔방 알아봤고 결국 '깨끗하게 벌점 감경 교육을 받으면 된다'해서 가장 빠른 날에 예약을 했다. 그리고 10여 일 뚜벅이 출퇴근에 도전했다. 이참에 코로나로 '확 찐자'가 된 상황도 벗어나 보자는 심정에 일석이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최대의 효과를 누리려면 식이요법이 필수. 그렇게 'N차 신상 에그 볼'(앞글 참조)도 그렇게 구입하게 됐다. 집에서 지하철까지 15분 거리, 다시 지하철에서 내려 도서관까지 20여분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일부러 평지보다는 공원 안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루 1만 5,000보를 목표로 삼고 퇴근 후 집 앞 산책로에서 부족한 걸음수도 채우고 귀가했다. 하루 이틀은 힘들었는데 몸도 가벼워지고 복잡한 생각도 정리되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더하기'만 했던 체중은 더디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빼기'를 시작했다.




안전교육 전도사가 되다.


벌점 감경 교육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시간 전후 2시간씩 총 4시간 과정이다. 교육 전에는 정신수양을 해도 솔직히 X 밟은 심정이었다. 금쪽같은 휴가를 써야 하는 상황도 속상했다. 그래도 어쩌랴. 이왕 받는 교육이니, 투자한 시간을 아깝지 않게 쓰리라 맘먹었다. 교육생 37명 중 홍일점이었지만 궁금한 걸 못 참는 원래 성격대로 용감하게 질문도 했다. 교육의 힘은 놀랍다. 성실하게 메모까지 해가며 받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이런 교육, 모든 운전자에게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운전은 고난도의 스킬과 오감도 모자라 육감까지 발휘해야 하는 일인데 주기적인 보수교육 당연히 받아야 하지 않나? 평소 뉴스를 눈여겨보는 편인데도 첨 들어보던 것들도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브런치 글까지 쓰게 된 것. 자고로 아는 것은 나눠야 제맛이니.


정지처분 중에서도 새로 생긴 항목이 많다. 가장 쎈 것은 보복운전이다. 벌점 100점. 면허정지 100일에 해당한다. 사고 유발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다음은 난폭운전. 난폭운전도 벌점 40점이다. 흔히 저지르는 안 좋은 운전습관 가운데 운전 중 휴대용 전화 사용은 벌점 15점이다. 신호대기상태에서는 무방하다. 핸즈프리는 허용하고 있지만 앞 차량이 지그재그 달리고 있다면 그건 세 가지 중 하나다. 음주운전과 졸음운전, 나머지 하나는 통화 중.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해석하고, 대답을 만들어내는데 뇌에 가동되기 때문에 운전 중 주변 상황에 소홀해질 수 있다. 나도 흔히 하는 행동인데 깊이 반성했다. 운전 중 영상표시장치 조작이나 시청도 벌점 15점 항목이다. 내비는 예외다. 옆사람이 보는 것도 운전자가 볼 수 있는 위치라면 안된다. '이 부분과 핸즈프리를 사용할 때 전화를 받는 동작 자체는 가능한가?'라는 것이 내 질문이었다.


사고 경험이 없는 이들이 잘 모르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인전 피해 교통사고 시 피해 인원당 벌점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3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의사의 진단이 있는 사고에서 중상 1명에 대해서는 벌점 15점이지만 동승자가 2명 더 있었다면 45점이 되는 것이다. 사고 발생 시부터 72시간 이내 사망사고는 1명 당 벌점 90점이다. 사망사고의 경우, 위반 항목과 관계없이 처벌된다. 자주 저지르는 일 가운데 하나가 음식점 등 주차 시 보도 침범이다. 식당 종업원의 수신호에 따르다 사고가 났을 경우 운전자 책임이다. 왜냐하면 수신호는 경찰, 모범, 군사 경찰, 소방공무원(최근 추가)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만약의 경우를 위해 평소 준비하면 좋은 신박한 정보가 있다. 바로 '착한 운전 마일리지'. 과태료 포함 1년 간 위반 건수가 없을 때 10점 특혜 점수를 부여한다. 자동 갱신 방식이고 계속 적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위반 상황이 발생했다면 다시 신청을 해야 한다. 신청은 경찰청 교통민원 24(www.efine.go.kr)에서 인증 후 할 수 있다. 정지 처분 시 쌓아놓은 마일리지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매년 10점씩 10년간 쌓았다면 100점이 생기는 것. 교통사고 도주자 검거 시에도 40점의 특혜 점수가 주어진다. 벌점 감경 교육의 경우 1년에 벌점 1~39점까지 있는 운전자 중 희망자에 한해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는데 최대 20점까지 감경이 가능하다. 처분벌점과 누적벌점 모두 해당된다. 3년 간 관리되는 벌점은 1년 대 사고나 위반 사례가 없을 시 누적이 안 된다. 1년 이내 벌점 없이 과태료만 받아도 벌점은 누적된다.


처음 들어본 신호체계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감응신호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서울 운전자들은 거의 모른다. 차량통행이 많지 않은 지방에서나 사용한다. 정지선 앞에 파란색, 또는 분홍색 박스(차량 크기)가 있다면 반드시 그 박스 안에 들어가야 20~30초 후에 좌회전 신호를 받을 수 있다. 박스 앞에 '감응'이라는 글씨 조차 없는 경우가 많아 이를 모르고 마냥 서 있다면 좌회전 신호를 절대 받을 수 없다. 운전자들은 도로에 특별한 표시가 있을 경우 본능적으로 피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에 갈 일이 있다면 알아둬야 한다.


감응신호시스템


이 모든 정보를 주변에 적극 공유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그렇게 해주시길 바란다. 사고는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우리만 조심한다고 해도 늘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평소 안전한 운전습관을 갖는 것만큼이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생들은 냉정했다


깜짝 놀랐다. 주로 생업을 위한 운전자들이 많아서일까? 정시 입장과 휴대폰 무음 원칙을 지키지 않은 85번 교육생의 잦은 이석과 통화에 대해 다른 교육생들이 '원칙대로 처리'할 것을 요청했다. '집중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것. 아무리 교육을 좋아하고, 늘 한 가지라도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있는 나도 휴대폰 벨소리가 거슬리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피치 못한 개인적인 상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방해는 됐지만 어려운 시간을 내서 교육을 왔으니 이왕이면 함께 감경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원칙대로 퇴장시키라는 많은 이들의 목소리는 참으로 놀라웠다. 교육 전 강사가 자리를 비워도 안 되고, 졸아서도 안 되고, 휴대폰 통화도 안 되고, 점심 후 돌아오지 않는 경우 교육 자체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강조를 여러 차례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게 뭐라고' 퇴장을 시키라니 좀 야박하게 느껴졌다. 결국 85번 교육생은 교육이 끝나고 20분 보충교육을 받아야 했다. 이 상황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마치 도로 위의 상황처럼 여겨졌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내가 먼저 가야 하고, 남이 먼저 가는 상황은 도저히 봐줄 수 없는... 그러니 오죽하면 구급차까지 막아서서 억지를 부리는 운전자가 있을까.


물론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 운전자를 깔보는 남성 운전자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조금이라도 빈정이 상하면 보란 듯이 앞서기도 하고, 무조건 밀고 들어오는 운전자들은 얄미워 절대 끼워주지도 않았다. 1~2분 빨리 가서 어쩌겠다고 토록 위험한 장난감 놀이를 했던 걸까. 물론 여전히 출근길 불법유턴을 안 하겠다는 장담은 못하겠다. 어쩔 수 없이 인근 아파트라도 들어갔다 나오는 우회 방법을 주로 사용하겠지만... 그래도 은근히 즐겼던 속도위반, 신호위반은 끊어보려 한다.


우리나라 면허 소지자는 2019년 말 기준 3,200만 명이 넘는다. 교통사고 피해는 40%가 보행자다. 어린이 보호구역 30km, 생활보호구역 50km 속도를 준수한다면 보행자 피해가 현격하게 줄어든다. 나 역시 운전자인 동시에 보행자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 원칙대로(배운 대로) 벌점 30점이라는 처분을 내려준 교통경찰 시보에게 고맙다. 내 자신을 돌아보고, 건강하고 안전한 습관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으니... '안전운전, 알아두면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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