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유학생이 되기까지 그 복잡미묘한 마음을 보여드립니다
드디어 4년간의 학사공부를 마치고 졸업예정자가 되었다 !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하면 항상 따라붙는 질문 하나.
'졸업하면 뭐하실 건가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해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확실했던 건, 취업을 바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마도 코로나로 대학생활 2년을 버리고 나니 언젠가부터 공부에 대한 갈증이 계속 있었던 것 같다.
대학생활의 꽃(?)인 교환학생도 나의 결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러시아에서 1년간 살면서 나는 이 나라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2022년 여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시간은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아름답던 시간이었다.
상트 곳곳을 누비며 내가 가장 많이 했던 이야기는 '아, 여기서 살고 싶다!' 였고,
상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내가 결심했던 건 '아, 상트로 다시 가야겠다'였다.
그래서 나의 꿈의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다시 간다.
참 나는 이럴 때보면 한없이 단순한 사람이다.
그래서 대학원 준비를 시작했다.
나의 목표는 단 하나, 상트페테르부르트 국립대학교(СПБГУ)였다.
본격적인 서류준비는 2023년 11월부터 시작했다.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고 상트국립대에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장학전형이 존재했고
나는 학비와 소정의 생활비가 지원되는 장학금전형에 지원하기로 했다.
서류제출은 2023년 1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학교 사이트 마이페이지에 서류를 업로드 하는 형식.
작년 합격률, 합격기준에 관한 자료 따위는 없었다. (러시아니까 !)
그냥 그 해에 지원한 외국인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검토하고, 점수가 가장 높은 학생들이 합격하는 식인 것 같다. 그래서 사실 내가 몇점이고, 몇등이고 이런 건 하나도 모른다. (러시아니까 !)
입시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하고 내가 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가고 싶었나면 !
바로 에르미타쥬 때문이다.
에르미타쥬는 세계 3대 박물관에 드는 아주 크고 세계적인 명화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박물관인데
한 점 당 1분씩만 관람해도 5년이 걸린단다. 쓸데없는 오기지만 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다시 가서
에르미타쥬에 있는 그림들을 모조리 즐기고 오는 게 목표다.
그리고 상트 학생증이 있으면 입장료가 무료고.. 그래서 나는 상트 유학생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물론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에르미타쥬가 가장 큰 이유고, 나머지는 상트가 주는 도시의 느낌 때문이다.
사실 수도권에서 지내면서 스스로가 점점 시들어가는 것 같았다.
사람에 치이고, 사람이 주는 상처에 치이고,
나는 여러 경험이 주는 영감을 연료로써 살아가는 사람인데 여기서는 내 영감이 도무지 샘솟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내가 평생을 살아야한다면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었다.
그리고 스스로 내 인생에 선택지를 늘리고 싶었다.
꼭 한 선택지만이 모두에게 답은 아니니까 !
그래서 이 글을 본 모두에게 전하고 싶었던 건,
항상 나의 세계를 넓히려고 노력하면서 살자는 말이다.
우물 안에만 살면 우물이 나의 우주가 되고
우물 밖을 나와야만 비로소 내가 우물 안에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듯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스스로 사유하고 부딪히면서
항상 인생에 선택지를 하나씩 늘려가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더 큰 우물로 나가서 내 영감을 찾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더 발견하면서
지적 자극 아주 제대로 하는 대학원생이 되어보겟읍니다...(응원해주세요)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