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일기 6] 미소 없는 도시에서 살아남기

밀당쩌는 이 나라를 언제쯤 적응할 수 있을까요

by HYOKIM

사람들이 알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가장 큰 이미지가 바로 ‘차가운 사람들’ 일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확실히 러시아 사람들은 표정이 없다. 무표정이거나 그보다도 차가운.. 그런 표정으로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갈 때도 있다.

러시아 사람들은 이유 없이 미소를 짓거나 웃는 사람들을 바보나 멍청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무 데서나 웃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정 없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웃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웃으면 건강해진다는데 왜 여기 사람들은 웃지를 않는 걸까.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해외생활하면서 어쩔 때는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들도 많다.

그렇다. 나는 아직도 웃음이 박한 사회가 못마땅하지만, 그럼에도 이해했다. 이해해 버렸다.


자, 이렇게 다름을 받아들이고 점점 적응해 가나… 싶을 때쯤 반전이 찾아온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한 번 리쿼샵에 간 적이 있다.

계산대에서 2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점원이 나와 내 친구의 여권을 확인하더니

‘아, 너네 외국인이구나! 어느 나라에서 왔니?‘ 묻는다.

간단히 스몰토크를 하고 슬슬 가게를 나설 때쯤 점원이 뜸을 들이더니 나와 친구 쪽으로 걸어 나온다.

‘저기…. 혹시 내가 한 번 안아줘도 될까?’

나는 어리둥절하면서도 그 점원을 꼭 안으며 말했다.

‘С Наступающим!’ (곧 있을 새해를 축하해!)

그러고 웃으며 가게를 나설 때까지 이게 무슨 일인가… 벙 쪘다.

하지만 이미 내 마음은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로 가득 차서 따뜻한 행복이 솔솔 나를 감싸고 머릿속에는 이미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날 집에 오는 내내 참 기분이 좋았다.

러시아 사람들의 미소는 얼굴에서 보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거구나라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생각해 보면 언제나 도움이 필요할 때 러시아 사람들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었다.

그 손길 하나하나가 러시아 사람들의 다정이구나. 표정이 아니라 행동으로 느껴야 하는 것이구나.


사실 이런 일은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특별한 기억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따뜻한 기억은 눈 오는 겨울마다 내 마음속에서 떠오를 것이다.


러시아가 그렇다.

살아남기에 쉽진 않은 곳이다.

가끔은 너무 차가워서 서운하고 가끔은 매정해서 밉기까지 하다.

하지만 너무 힘들 때 찾아오는 이 말도 안 되는 따스한 사람, 소중한 마음이 다시 또 이곳을 살아가게 하며 사랑하게 한다.

어디든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디든 낙원은 없기에.

그렇다면 우리는 주변에 서툴러서 상처받고 지쳐가는 사람들이 보일 때 그 사람의 하루, 매 겨울을 따뜻하게 기억하게 해 줄 수 있는 다정을 베풀어야만 한다.

나를 안아줬던 그 직원처럼 우리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미소를 건넬 줄 알아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유학일기 5] 언제부턴가 결과에 집착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