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성당 앞에서
늦은 밤, 세비야 대성당 앞에 섰다. 까만 하늘 아래 성당은 노란빛에 잠겨 있었다. 닫힌 문 앞에 서서 바라보는 동안 밤은 천천히 나를 감싸 안았다. 성당은 건물이라기보다 하나의 시간처럼 서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벽과 하늘로 치솟은 탑, 빛을 머금은 돌기둥들이 묵묵히 밤을 지키고 있었다. 웅장함 앞에서 마음은 자연스레 낮아졌고, 말은 필요 없어졌다. 문득 생각했다. 나의 산티아고는 세 번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제 속도를 찾은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처음 길에 올랐을 때 아무것도 몰랐다. 한 번만 가보면 되는 길이라 여겼고, 완주라는 목표를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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