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마쓰-도쿠시마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휴대폰을 들어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릴 예정이었다. 내 카본 자전거는 요 며칠간 고생을 많이 했는지 슬슬 체인에 붉은 문양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 어쩌겠나. 비바람을 한 두번 맞은게 아니니까.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야지. 전날에 이야기를 나눈 프랑스 커플 둘과 인사를 마친 후 나는 도쿠시마를 향해 페달을 밟았다.
빗줄기가 점차 거세지기 시작한다. 우비는 슬슬 자신의 본분을 잊어버리기 시작한다. 몸속으로 물이 들어오고 신발은 이미 진창이다.
산에 안개 같은 구름들이 드리우기 시작한다. 자 나는 저런 곳들을 오늘 통과해야 한다. 바람도 날 도와주지 않는지 정면과 측면으로 초속 10m/s의 강도로 불고 있었다.
체력적으로 진짜 진이 빠지는 시간이었다. 언덕에 비바람까지 합세해 공격을 하니 더 이상 버틸 재간은 없었다. 하지만 사람은 마음먹은 대로 되리라. 끊임없이 전진해 나갔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문제는 산과 물이 한 곳에 있었다는 것이지. 중생이여 어디로 가는가. 도쿠시마로 갑니다.
원래는 자전거길인 것 같다.
산을 오르면서 만난 작은 무인 채소 판매대
이곳에서 귤을 하나 구입했다. 사실 점심을 먹지 않은지라 배도 살짝 고팠고. 계산은 저기 박스에 돈을 넣으면 된다.
이 귤은 덜 익은 한라봉맛에 씨앗이 있었다. 뭐 하나에 100엔이니 나쁘지 않다.
비가 옆으로 내리고 있다. 이게 추상적인 의미이면 좋겠으나 추상적이기보단 현실적인 의미로 옆으로 내리고 있었다. 문제는 내가 맞받아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항상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뭔가 콘텐츠가 생기기 전에는 터널이 있다. 터널 안은 물기가 가득했고 무엇보다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도로 사이즈가 아니었다. 진짜 천천히, 안전하게 전진했다.
슬슬 미쳐가는 중
그냥 하늘에게 욕이 나왔었다.
도쿠시마로 넘어가기 전 다리를 하나 건너야 했다. 문제는 바람이 너무 거세 살짝 누워서 달려도 앞으로 가지는 판국이었다. 다리도 길이가 1km 정도 되어 옆의 차들과 나란히 주행했다.
도쿠시마 도착 후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브라질 친구가 나를 보더니 옷을 입고 샤워를 했냐고 말한다.
아무튼 고생한 나를 위해 야키니쿠집에서 고기를 먹었다.
고깃집에 간 후 맥주가 당겨 피자집에 갔는데 어떤 누나와 피자 가게 사장님이 말을 건다. 쇼타 씨와 토모 씨였다. 이야기하다 친해져 3차로 타코집에 오게 되었다. 이곳에서 옆에 계신 할아버지한테 도쿠시마 유명한 음식을 소개받았다. 도쿠시마 라멘이 유명하다고 한다. 내가 계산하려고 하니 피자집 사장님 쇼타씨가 내 음식값을 다 계산해주셨다. 이런 만남이 여행의 묘미인 듯하다.
이날의 루트
거리 76.6km
주행시간 6시간 30분
최고 고도 350m
이날은 일본에서 주행하면서 두 번째로 힘든 날이었다. 초속 10m/s는 자전거를 타기 좋은 바람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