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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 courage Jul 15. 2023

서점 나들이

일상

주말이면 우리 가족은 서점에 간다. 언제부터였던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냥 서점에 가서 서로의 취향에 따라 흩어져 실컷 책구경을 하고 맘에 드는 책을 한 두 권씩 사는 것이 지극히 별일 없고 평화로운 주말 루틴이다.


출퇴근을 반복하며 쉴 새 없이 월화수목금을 보내고 나면 주말엔 쉬고 싶다. 아침이면 내가 침대인지 침대가 나인지 모를 지경이다. 몸을 일으키려면 큰 결심이 필요하다. 열까지만 세고 일어나자. 하나, 둘, 셋, 넷......  앗! 다시 열만 세고 꼭 일어나자. 하나, 둘, 셋... 열을 열 번은 더 세고 일어나니 몸이 탈수 전 빨래 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캠핑 한 번 데려가지 못한 미안함에 속이 불편하다. 하지만 캠핑은 역시 무리다. 서점이나 가야겠다.

우리 가족의 서점 나들이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이가 더 어릴 때는 주말마다 각종 체험을 하는 현우네와 매주 캠핑을 가는 지우네를 보며 이래도 되나 걱정도 되고 아이한테 많이 미안했다. 시간이 흘러 머리가 굵어진 아이들은 이제 체험에 시큰둥하고 가족 캠핑에도 불참을 선언한다고 했다. 오히려 소소하게 서점에나 다니던 우리 가족이 주말이면 함께 있다. 서점에서 각자 구경하고 각자 책 읽는 것이 함께 하는 건가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함께 인 듯 혼자 있고 혼자 인 듯 함께 있는 이 시간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준다.


나처럼 저질체력에 게으른 부모에게 서점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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