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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 courage Sep 20. 2023

아름답지만 무용한 것들에 대한 열망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과 집에서 보내니 인간관계의 대부분도 의사들이다. 의과 대학 입학 후 부터 주변엔 의사 뿐인 듯하다. 같은 직종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은 좋은 점이 많은데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기 쉽고 대개 비슷한 시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 직업의 특성 때문인지 대부분의 동료는 이성적이고 실용적이다.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에겐 그들과 다른 열망이 있었다. 


사실 나는 길가에 핀 꽃을 보면 가까이 가서 살펴보고 청명한 하늘과 예쁜 구름은 한번 더 눈에 담는다. 마음이 힘들 땐 꽃을 사고 좋아하는 명화집을 꺼내 들고 미술관 가는 걸 좋아한다. 좋은 책을 읽으면 함께 얘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며 오랜 환자들의 기쁜 소식은 동료와 나누고 싶다.


하지만 내 주변 동료들은 이런 나를 약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꽃을 돈 주고 사는 걸 의아해 하고 봄날엔 예쁜 꽃보다 꽃가루를 걱정하며 겨우 생긴 여유시간에 미술관에 간다하면 어이없는 표정을 짓곤 한다. 환자의 병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의 삶에 내가 왜 관심을 갖는지 의아할 때도 많다.


그래서 꽃을 사도 이야기 하지 않고 미술관에서 본 좋았던 그림도 얘기하지 않는다. 오랜 환자가 손에 꼭 쥐어준 가나 초콜릿도 막 자랑하고 싶지만 그냥 내마음에 담아둔다. 그래서 가끔은 너무 외롭다.

나처럼 아름답지만 무용한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껏 수다떨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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