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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 courage Sep 27. 2023

긴 연휴를 앞두고

팔월 한가위는 투명하고 삽삽한 한산 세모시 같은 비애는 아닐는지. 태곳적부터 이미 죽음의 그림자요, 어둠의 강을 건너는 달에 연유된 축제가 과연 풍요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는지 

<토지1>, 박경리


추석이 다가와 코앞이다. 명절을 앞두면 기대되고 신나야 하는데 마음이 무겁다. 특히 긴 연휴 전의 암센터는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연휴에는 다른 회사와 같이 병원도 잠시 멈춘다. 물론 입원 환자나 응급 환자를 돌보기 위한 최소한의 의료진은 남아있지만, 항암조제도 되지않고 시술도 불가능하며, 응급수술외 수술은 모두 불가능하다. 


암환자에게 항암치료는 생명의 동아줄과 같으므로 마냥 연기하거나 건너뛸 수 없기에 일정조절은 필수이다. 퐁당퐁당 연휴의 경우 전후로 일정을 조절하여도 평소보다 좀 더 많은 환자들이 오는데 반해, 이번처럼 긴 연휴의 경우엔 한꺼번에 2배 이상의 환자가 몰려들어 외래 진료실 앞은 발 디딜 틈 없고 대기 시간은 한정없이 늘어난다. 입원실도 부족해서 연기되는 환자가 속출하는데 이환자들은 항암치료를 못받을까봐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이다. 심지어 시술이나 검사가 필요한 경우, 연휴 전 예약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다름없다. 


오늘 외래진료는 폭풍과 같았지만 다행히 대부분의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패혈증이 온 환자도 늦지 않게 입원해서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벌써부터 연휴 때 의료진의 부재를 걱정하고 있었다. 


간만에 찾아온 황금연휴, 특히 10월 2일까지 휴일이 되면서 목요일부터 다음주 화요일까지 총6일이 휴일이다. 모두들 들뜬 연휴 직전이지만 암환자들은 너무 긴 연휴에 마음이 심란하여 한숨만 쉬고 있다. 


기나긴 연휴동안 나의 환자들이 아무일 없이 평안하게 고통없이 잘 견뎌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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