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nner courage
Oct 12. 2023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더니 두통이 점점 심해졌다. CT촬영 때문에 금식 중이라 그런지 속도 메슥거리는 것 같다. 피검사를 하고 CT를 찍고 밥을 먹으려했지만 도통 입맛이 없었다. 심해진 두통을 견디기 힘들어 억지로 밥을 입에 밀어넣고 약을 삼켰다.
얼마 후 영상과 피검사 결과를 확인해보니 이상이 없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진통제 덕분인지 두통은 어느덧 사라져 있었다.
암환자의 정기검사는 엄청난 스트레스다. 검사를 해두고 대개 일주일후 결과를 들으러 오는데 그 일주일 간은 '혹시 재발하진 않았을까?' '암이 더 커진건 아닐까?' 마음을 졸이게 되어 지옥이 따로 없다고 한다.
긴장으로 굳어진 얼굴로 두손을 모아 쥐고 내 입만 바라보던 환자들은 "괜찮습니다" 한마디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숨을 내쉬곤 한다.
이전의 나는 그저 알았다면 지금의 나는 그 간절함을 깊이 공감하고 있다.
언젠가 아이가 물은 적이 있다. "과거로 돌아가면 어떻게 하고 싶어?" 나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암을 빨리 처리하고 싶어."라고 했다.
지우고 싶은 투병이지만 이로 인해 얻은 것도 많다. 환자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고 이는 더 나은 의사로 나아갈 발판이 되었다.
정기검사가 끝났다.
이제 환자모드에서 의사모드로 바꾸고 내 환자들을 만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