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ner courage Oct 12. 2023

정기검사를 받은 후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더니 두통이 점점 심해졌다. CT촬영 때문에 금식 중이라 그런지 속도 메슥거리는 것 같다. 피검사를 하고 CT를 찍고 밥을 먹으려했지만 도통 입맛이 없었다. 심해진 두통을 견디기 힘들어 억지로 밥을 입에 밀어넣고 약을 삼켰다.

얼마 후 영상과 피검사 결과를 확인해보니 이상이 없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진통제 덕분인지 두통은 어느덧 사라져 있었다.


암환자의 정기검사는 엄청난 스트레스다. 검사를 해두고 대개 일주일후 결과를 들으러 오는데 그 일주일 간은 '혹시 재발하진 않았을까?' '암이 더 커진건 아닐까?' 마음을 졸이게 되어 지옥이 따로 없다고 한다.


긴장으로 굳어진 얼굴로 두손을 모아 쥐고 내 입만 바라보던 환자들은 "괜찮습니다" 한마디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숨을 내쉬곤 한다.


이전의 나는 그저 알았다면 지금의 나는 그 간절함을 깊이 공감하고 있다. ​


언젠가 아이가 물은 적이 있다. "과거로 돌아가면 어떻게 하고 싶어?" 나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암을 빨리 처리하고 싶어."라고 했다.


지우고 싶은 투병이지만 이로 인해 얻은 것도 많다. 환자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고 이는 더 나은 의사로 나아갈 발판이 되었다.


정기검사가 끝났다.


이제 환자모드에서 의사모드로 바꾸고 내 환자들을 만나러 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작은 정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