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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 courage Oct 11. 2023

나의 작은 정원

정말이지 열심히 일했다. 번아웃이 오고 온몸이 아팠지만 계속 일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병에 걸려 의도치 않게 멈춰야했다. 인생의 역경 속에 많은 변화가 생겼고 주어진 시간의 유한함을 몸소 겪게 되자 내가 원하는 것이 명료해졌다.

발 디딜 땅을 갖고 싶었다. 작은 텃밭이나 정원에 강아지를 풀어두고 앉아있고 싶었다.


도시에서 태어나 줄곧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나는 친가도 외가도 다 도시이다. 명절이나 방학 때도 도시에서 보냈기에 전원 생활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별 이유도 없이 땅을 가지고 싶었다.


투자의 목적이 없으니 조용한 곳에 작은 땅을 사서 농막을 짓고 텃밭을 만들어 보려고 여기저기 다녀 보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가까운 곳은 너무 비싸거나 시끄러웠고 가격이 좋으면 너무 멀었고 길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작은 정원이 딸린 조그마한 집을 발견했다. 고속도로로 1시간이면 갈 수 있었고 무엇보다 꽃로 가득찬 작은 정원이 내마음에 쏙 들었다. 결국 무리를 해서 집을 빌렸다.


시골집 생활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생전 처음보는 벌레들이 집 안으로 침투했고 태풍이 지나간 후에는 비가 새어 누수 공사를 해야했다. 매실나무에 생긴 진딧물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으며 잡초를 뽑느라 허리 통증도 도졌다. 하지만 봄에 매실꽃부터 여름에 다알리아, 디기탈리스가 한창이다가 가을이 오니 국화가 피어난다.


햇살이 좋은 오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마당에 앉아 있으면 나비가 꽃마다 앉아있다. 도시에선 나비 보기가 어려워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나비 공원을 따로 찾아야 했다.


정원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나의 작은 마당에는 나비가 가득 하다. 책에서만 보았던 화려한 무늬, 다양한 색의 나비가 어지러이 날아다닌다.


소박한 정원, 가을 햇살, 꽃, 나비들 ...


느닷없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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