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하늘이 어스름해지면 밤의 푸른 색과 낮의 끝자락을 붙든 붉은 색이 켜켜이 쌓여 몽환적인 풍경이 된다.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이 시간은 쉴 틈없는 일상 속 생각지도 못한 휴식 같다. 시간에 따라 바뀌는 찬란한 색의 향연에 현실 세계에서 동떨어진 미지의 세계에 있는 듯 하다.
한번은 이 벅찬 시간을 함께 나누고 싶어 친구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 친구는 무심히 "그시간 서글퍼서 별로"라고 했다. 역시 나만의 황홀한 시간은 마음 속에 간직하는 것이 좋았겠다.
퇴근하는 길, 교통체증 속에서도 낮에서 밤으로 가는 이시간이 되면 어느 덧 나는 다른 세상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