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ner courage Oct 30. 2023

나와 다른 친구를 만나다




우리는 여전히 같은 동네에 살고있고, 함께 유년기를 보냈고, 함께 열다섯 살이 된 해를 보내고 있지만, 갑자기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계의 큰 희생을 무릅쓰고 중고 시장에서 구하거나 올리비에로 선생님이 마련해 준 냄새나는 너덜너덜한 책을 구부정한 자세로 읽는 단정치 못하고 꾀죄죄한 안경잡이 소녀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에 비해 릴라는 무대의 여주인공처럼 머리를 빗어 넘기고, 영화배우나 공주같은 옷을 입고 스테파노의 팔짱을 끼고 거리를 활보했다.
<나의 눈부신 친구> 엘레나 페란데, 한길사

작년 딸아이의 시간표는 의외의 수업이 섞여 있었는데 나의 학창 시절과 너무 달라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자율학년제로 시험이 없는데다 연극이나, 캘리그래피, 영화 감상 토론 같은 흥미로운 수업을 받고 있어 부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하나 걱정스런 수업이 있었는데 바로 '창작 댄스'이다. 몸쓰는 일에 젬병인 나의 유전자는 안타깝게도 딸아이에게 전해졌고 아이의 고군분투가 예상되었다.


'창작댄스' 수업은 다른반 아이들과 한 조가 되어 작품을 준비하는데 배정된 조가 하필이면 이름난 춤꾼들이 모인 엄청난 조였다. 힙한 무리에 '책만 끼고 사는 안경잡이 소녀'가 갑자기 들어가니, 서로가 난감했던 것같다. 처음 걱정이 무색하게 만남이 이어질 수록 서로 다름에 재미있어 했고 뻣뻣한 몸으로 신나게 춤을 추는 아이의 모습은 새로웠다. 아이가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이다.


딸아이는 여전히 책 벌레 안경잡이이지만 힙한 친구를 갖게 되었다.


나도 마찬가지다. 30년지기 친구는 나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만약 우리가 학생때가 아니라 어른이 되어 만났다면 친구가 되긴 어려웠을 것이다. 마음과 머리가 말랑말랑한 학창시절이야 말로 인생의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다.


딸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학생시절을 응원한다.




작가의 이전글 그리운 사람이 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