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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 courage Nov 02. 2023

소풍 도시락

아이가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예전처럼 소풍이라고 하면 좋을텐데 '현장체험학습'이란 말은 너무 긴데다 어렵기까지해서 도무지 정이 안간다. 그저 단어가 마음에 안들어서인가? 아닌것 같다. 아무래도 도시락때문인 듯하다.

"도시락은 뭐 싸줄까? 유부초밥하면 안될까?" 애절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후다닥 만들 수 있는 유부초밥을 추천해 보았지만 아이는 단호히 거절하며 베이컨말이를 해달라고 했다.
'휴 다행이다. 베이컨말이는 크게 손이 안가니 좀 더 잘 수 있겠다.' 싶었다.

저녁에 만난 아이에게 "도시락은 잘 먹었어? 다른 친구들은 어떤거 싸왔어?"하고 묻자 절친인 율이는 3칸짜리 큰 도시락을 가져왔는데 직접튀긴 닭튀김에 캐릭터 주먹밥을 싸왔고, 다른 친구 민이는 스테이크를 싸왔다고 했다. 갑자기 미안해져서 "어쩌니? 너만 너무 초라했는거 아냐? 미안해. 담번엔 엄마도 좀 더 신경쓸께." 라고 하자, 아이는 씩 웃으며 "어차피 서로 나눠먹고 바꿔먹고 하는데 괜찮아. 베이컨말이 맛있었어. 그거 싸온 애는 나밖에 없었어."한다.

'귀여운 녀석. 평소엔 툴툴대기만 하더니..
초라한 도시락으로 속상했을텐데 맛있었다고 하고. 바쁜 엄마를 생각해주기까지 하다니!'

감동받아서 한번 안아보려고 하자 기겁하며 "왜이래. 훠이훠이"한다. 그래도 집요하게 따라가 꼭 안아줬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사랑이 솟아나 넘칠듯 찰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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