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암밍아웃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내 환자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이기도 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이야기는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고 올해도 얼마남지 않았다. 이제 미뤄 두었던 내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나는 만 40살에 난소암을 진단받았다. 전날까지 암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였는데 갑자기 치료받는 암환자가 된 것이다.
그때를 되돌아보면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잘 견뎠다고 생각하는 일은 '암밍아웃'이다.
위경련과 요통이 반복되고 기분은 널 뛰듯 오르내렸지만 고질병인 척추측만과 번아웃의 여파라 여기고 약을 입에 털어넣으며 견뎠다. 긴 버팀 끝에 나는 결국 암환자가 되었고 암담한 생존률에 또 한번 무너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머리 속은 온통 아이들 생각만 가득했다. 목을 가다듬고 입꼬리에 힘을 준 후 현관문을 열자 아이가 쪼르르 달려와 안겼다. 달큰한 아이의 살냄새가 나를 위로했다.
"엄마가 좀 많이 아픈데 치료받으면 좋아질거야."
이만하면 성공적인 암밍아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