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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 courage Nov 14. 2023

K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하며

오랫동안 보았던 K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 법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건 바로 K부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전이성 대장암환자인 K는 진단당시 장폐색으로 장루를 냈고 얼마 후 요로파열로 배액관을 꽂았다. 패혈증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기기도 했고 림프부종으로 코끼리처럼 다리가 부었으며 감염도 반복되었다. 하지만 수 많은 고난 속에서도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다른 환자들과 의료진을 배려해주는 정말이지 선한 분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병은 진행되었고 빠르게 나빠져 얼마전 K의 남편과 면담을 했다. 남은 기간이 얼마 안 될 것 같고 항암치료에도 큰 기대를 하긴 어렵다고 말씀드리자 K의 남편은 뭐라도 해달라고 어떤 모습이든, 정신이 없더라도 단 하루라도 더 오래 같이 있고 싶다고 했다.

지난주 목요일 밤부터 상태가 나빠지던 K는 금요일부터는 급격히 나빠져 에어보(고유량산소요법)없이는 산소포화도 유지가 어려웠으며 소변량도 줄고 의식도 희미해졌다. K의 남편과 아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고 말씀드렸고 곧 임종을 맞으실 거라 예측했지만 K는 몇일째 버텨내고 있다. 소변이 나오지 않아 온몸이 너무 심하게 부어 있으며 느리게 몰아 쉬는 호흡은 더 힘들어보였다.

K의 남편에게 "K님이 오래동안 고생을 하시네요. 남편분 옆에 좀 더 계시고 싶으신가봐요. 의식이 없어도 마지막까지 소리는 들린다고 합니다. 환자분께 이야기를 건네주세요."라고 하자, 하루라도 더 아내를 붙들고 싶다던 그가 눈물을 쏟으며 "이제 그만 가라. 고생하지말고. 이제 빨리 가라."한다.


"K님, 고생 많으셨어요. 평안히 쉬세요. 제환자가 되어주셔서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선하디 선한 나의 환자 K에게 나도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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