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출장을 갔던 동생이 돌아왔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가 야근, 출장이 많은데다 접대가 너무 많아 몇년 전 지금 회사로 옮겼다. 야근도 적고 출장도 적을 거라던 회사인데 어찌된 일인지 계속 해외 출장인데다 돌아오면 야근을 반복하고 있다. 이미 40대에 들어선 동생은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겨워 보였다.
어린 조카가 계속 아빠를 찾았다는 얘기에 동생의 어깨가 더 쳐진 듯 하다. 180cm가 훌쩍 넘는 키에 덩치도 있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챙겨줘야 할 막내동생이므로 뒷모습이 여간 안쓰러운 것이 아니다.
어릴 때 친구네 놀러가려면 항상 따라붙어 귀찮게 하고 똥을 누면 혼자 닦지 못해 "누나, 누나" 불러댔던 동생은 지금도 만나면 잔소리를 늘어 놓게 되는 우리집 막내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 중 동생이 제일 유순하고 둥글둥글한 성격을 가졌는데, 그 점이 의지 부족, 계획성 부족, 나약함처럼 여겨졌다. 플랜 A를 세우면 무조건 최선을 다해 해내야 하는 가족 안에서 플랜 A가 안되면 B로 갔던 동생은 비난을 수시로 들어야 했다.
어설퍼보이던 내동생은 다 커서도 우리집 막내였다. 명절에 고향에 내려오면 늦게까지 놀고 점심 때가 다 되어 일어나 "누나, 우리 떡뽁이 사먹을까?" 하고 서른이 넘어서도 엄마 무릎을 베고 TV보던 녀석이 장가를 들더니 완전 달라졌다.
딸만 둘인 처가댁에는 듬직한 맏사위가 되고 회사일과 집안일, 육아까지 거뜬히 해내는 만능 남편이자 어린 딸을 목숨처럼 사랑하는 아빠가 되었다.
철없던 내동생의 어깨에 짊어진 짐이 너무 많아 가슴이 아프다. 어릴 적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가던 동생 뒤에서 배낭 밑을 슬쩍 들어 줬던 것처럼 지금도 그 짐 아래에 손을 넣어 슬쩍 들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