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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 courage Nov 18. 2023

연약한 인간의 위대함


인간은 누구나 물질적 존재라는 것, 쉽게 파괴되지만 쉽게 회복되지 않는 존재...
<속죄> 이언 매큐언, 문학동네


C는 수술시 합병증으로 오랜기간 기계 호흡을 해야 했기에 기관 절개를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회복 후 바로 암이 재발되어서 봉합수술을 할 수 없었다. 또다시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느라 기관 절개 부위 봉합은 계속 미뤄졌고 목에 남은 구멍때문에 말할 때 마다 바람새는 소리가 들렸다. 


기대 여명이 짧고 항암치료 중이라 봉합시 제대로 아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이비인후과에서는 봉합을 권하지 않았지만 C는 간절하게 봉합을 원했다. 몇주 전 봉합수술을 받고 온 C의 목소리는 맑고 또렷했는데 목소리를 찾은 것 하나로도 그의 눈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C님, 목소리가 좋으세요. 이렇게 좋은 목소리 들을 수 있어 다행이에요" 했더니 눈동자가 기쁨으로 반짝거렸다. 


그렇게 기뻐하던 C의 봉합부위가 터지고 말았다. 이비인후과 진료 후 돌아온 C의 목에는 엄청나게 두꺼운 붕대가 감겨있었다. 걱정이 되어 병실로 찾아가 C를 만났다. 나를 보더니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씩 웃어 준다. "괜찮으세요?"하자 "별일 있었나요?" 되묻는 C에게 나도 씩 웃어주었다. 


어깨한번 꽉 잡아주고 눈인사를 나눈 후, 돌아오는 길. 몸이 힘든 내 환자들을 한명, 한명씩 떠올려봤다. 

영구 장루를 가진 환자, 요루를 가진 환자, 수술과 방사선치료 후 목소리를 잃은 환자, 척추 전이로 하지마비가 된 환자..

수도 없이 많은 환자가 신체의 일부가 손상되어 회복되지 못한채 살아간다. 


암이 그들의 몸을 망가뜨릴 수 있지만 그들의 정신은 결코 부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연약한 신체를 가진 인간의 위대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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