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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 courage Nov 23. 2023

감수성 부족

병원에서 친하게 지내는 동료 A와 B는 관심사도 비슷하고 집도 가까이에 살아 가족끼리도 허물없이 지낸다. 또한 B는 유방외과의사이고 A는 유방암을 치료하는 종양내과의사라서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같은 환자를 함께 보는 경우도 많다.

B의 진료실 책상에는 유방보형물 샘플이 놓여있는데 유방전절제 후 보형물을 삽입해야하는 환자에게 설명하고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점심시간 휴게실에서 만난 B가 유방보형물 샘플을 들고 왔기에 이유를 묻자, A의 아이들이 병원에 놀러 와 진료실에서 가지고 놀았고 갖고 싶다고 해서 A에게 전해 주려고 가져왔다고 했다.

얘기를 듣고 놀라 할 말을 잃었다. 유방암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샘플이긴 하더라도 환자 신체에 들어갈 보형물을 아이들 장난감으로 주다니...조심스럽게 "이상하지 않아? 애들한테 주는게?"하자  '샘플인데 뭐 어때?'하는 표정이다.

A가 휴게실에 도착했다. B가 유방보형물을 건네며 아이에게 전해달라고 하자, A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래, 넌  환자생각을 하는구나'하고 내심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A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고 나는 더욱 할말을 잃었다. "고양이가 가지고 놀다 발톱에 터질 것 같아."

우리나라 유방암환자는 가파르게 늘고 있고 특히 젊은 환자가 많다. 이런 특성 상 환자들은 예민하고 상처를 잘 받는다. 그런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이 이렇게 무감할 수 있을까?

가슴을 잃은 환자에게 신체의 일부일 수 있는 것을 그런식으로 다루다니 정말이지 너무 속상하고 실망스러웠다.

답답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난감했고 쓸데없이 예민한 사람으로 취급될 것같아 꾹 참았다.


몇일이 지나고 A를 만났다. A는 내친구이고 같은 과이니 마음은 그렇지 않았을 거라 믿고 있었나보다. A가 아이에게 보형물을 전해줬다는 얘기를 듣고 결국 한마디 하고 말았다.


"넌 유방암을 보면서 어떻게 그렇게 감수성이 없냐? 환자 몸 들어갈건데 그렇게 다루면 안돼잖아!"

'애기하지말걸..하더라도 더 좋게 얘기해야했는데..' 어색해서 빨리 자리를 피해버린 나에게 A가 문자가 왔다. "내가 생각이 짧았어. 그런 생각을 못했어."

나의 암환자 감수성은 어떨까? 나도 모르게 무례한 적은 없었는가?


이제 나를 되돌아 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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