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인상의 C는 담도암을 진단받고 수술을 준비하던 중 담관패쇄로 담관염이 와서 배액관을 삽입 후 항생제 치료를 받고 있었다. 고열이 지속되어 2주 만에 다시 찍은 CT에선 다발성 간전이가 생겨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고 항암치료를 위해 우리과로 전과되었다. 진행 속도도 매우 빠르고 암세포의 성격도 공격적이어서 예후가 나쁠 것으로 예측되었다.
환자를 만나 상황을 설명드리고 항암치료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치료 약제 선택이 문제였다. 일반적인 항암제는 급여가 되어 환자부담이 거의 없지만 최근 개발된 면역약제를 추가하게 되면 약가가 모두 비급여여서 엄청나게 비쌌다. 3주마다 6백만원이 들었고 계속 반복해야 하므로 사용할 수 있는 환자가 드물었다. 대개 실비보험이 있는 환자들이 사용했지만 실비에도 한도가 있어 몇차례 하고 나면 보험금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면역약제를 추가하더라도 생존기간 차이가 크지 않기에 더욱 고민되는 부분이지만, 분명 효과를 보아 훨씬 오래 사는 환자가 있으므로 쉽게 포기하기도 어려웠다.
C는 다행히 실비보험이 있었지만 한도가 많지 않았다. C의 남편과 따로 면담을 했다. 상황을 설명드리자, 붉어진 눈으로 "그래도 좋은 걸로 해주세요. 1년 살기도 어렵다는데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실비가 안되게 되면 어떻게든 돈을 모아 볼게요." 라고 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세계적으로 보아도 환자에게 혜택이 많은 편이다. 암환자의 경우 환자부담금이 5%이므로 왠만한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저렴하다. 하지만 암치료의 문제는 치료 약제가 계속 개발되고 비용는 무섭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신약의 경우, 약가가 워낙에 비싸므로 국가보험이 모두 감당하기에는 어렵기에 보험 적용을 해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럼 약가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약회사가 신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도 없이 많은 연구를 거치고, 그 연구 중 성공하는 경우는 극도로 적으므로 소모되는 비용이 너무 많다.
국가의 입장도, 제약회사의 입장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나는 눈 앞의 환자가 안타깝다.
부디 C가 남편 분과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