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류캉입니다.
상대적으로 짧은 비행시간과 엔저 때문에 각광받고 있는 일본 골프 여행. 오늘은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여행과 렌터카, 골프장 부킹, 호텔 예약 등 모든 일정을 스스로 결정하고 수행하는 자유 여행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제가 아는 구력 25년, 대략 2천 번의 라운드, 300개가 조금 넘는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한 골퍼 D의 경험담을 토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D도 일본 골프를 경험한 건 10년이 채 되지 않았고 도시나 현을 기준으로 도쿄 인접 지역인 치바현, 도치키현, 이바라키현, 사이타마현, 그리고 후지산이 있는 야마나현, 나고야, 구마모토, 후쿠오카, 오이타, 나가사키, 가고시마, 야마구치, 오키나와 지역에서 50개 정도의 골프장을 라운드 해 보았다고 합니다. 첫 일본 골프여행은 나고야로 갔던 패키지 골프여행이었고 도쿄와 나고야를 뺀 나머지 지역은 모두 부부 둘만의 2인 플레이였다고 합니다.
D에게 제일 먼저 물어본 건 일본어였습니다. 언어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했으니까요. D는 일본어는 히라가나(ひらがな)와 메뉴나 간판에 많이 사용되는 외국어 표시 글자인 가타카나(カタカナ)를 모두 읽을 수 있고 한자는 일본말로 읽을 수는 없지만 뜻은 아는 정도라고 합니다. 회화는 아주 간단한 인사말이나 식당에서 필요한 간단한 말을 이해하고 할 수 있지만 어디에서도 질문과 답변을 넘어서는 대화는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영어는 가끔 호텔에서 도움이 될까 거의 무용지물이었다고 하고요.
D에 따르면 일본어는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간혹 늦잠을 자거나 길을 잘못 들어 티오프 시간보다 늦을 경우 일본어를 못하면 낭패를 볼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대개 무난히 해결되었다고 합니다. 일본 골프장에서는 늦으면 늦은 대로 나가게 하고 필요한 설명은 오히려 골프장 직원이 번역기를 돌려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대부분이 반복되는 상황이라 몇 가지 꼭 필요한 말은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를 캡처해서 이미지로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보여줘도 충분했다고 합니다.
D는 그 이유를 일본 골프장의 자세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버블이 터진 후 살아남기 위해 지난 20년 넘게 어떻게든 골퍼의 마음을 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고 골퍼를 소중한 고객으로 생각하는 일본 골프장. 그러다 보니 골퍼가 어느 나라 사람인가 보다는 고마운 고객이고 어떻게든 다시 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기본이 되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한국과 달리 직원들도 골프를 좋아하고 인정하는 분위기를 느꼈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골프장, 숙소, 식당등 골프여행에서 가는 곳이 한정적이다 보니 그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도 몇 가지 되지 않아서 일본어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럼 남은 건 렌터카 운전인데 D도 처음에는 좌측통행 때문에 긴장했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우회전이 가끔 팍팍한 경우가 있지만 편안하다고 합니다. 다만 일본에서의 운전은 지역과 차종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고 하는데요. 도쿄 같은 대도시와 나가사키 같은 중형 도시지만 지상 전철이 있는 시내를 주행하는 지의 여부와 어떤 크기의 차를 렌트하는 가가 전혀 다른 운전 경험을 준다고 합니다.
일본 운전의 핵심은 우회전인데 복잡한 시내에서 특히 비보호 우회전은 무척 까다로울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4거리를 너머 오거리인데 지상전차까지 있으면 정말 정신이 비상탈출을 시도한다고 하더군요. 복잡한 시내에 숙소를 잡거나 시내를 통과할 일이 많은 여정이라면 렌터카 운전은 조금 터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러시아워를 피해 움직이면 전혀 문제 될 일은 없고요. 아~! D의 경우 오히려 일본에서 돌아온 후 한국에서 운전을 할 때 아파트 주차장에서 잠깐이지만 자기도 모르게 좌측차선으로 들어서서 깜짝 놀랐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차종인데 일본 골프장들은 생각보다 산속 깊숙이 자리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고속도로나 지방 메인도로와는 달리 골프장으로 가는 길들은 시각적으로는 거의 1차선 도로처럼 좁아 보이고 실제로 딱 1대만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폭의 도로도 많다고 합니다. 꼬불꼬불 산길을 오르고 내리다 보면 언제 마주 오는 차가 나타날지 걱정을 해야 하는 수준이고 차가 클 경우 운전은 더 신경이 쓰이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D는 가성비도 좋지만 결정적으로 운전이 너무 편하기 때문에 경차만 렌트한다고 합니다.
D는 자유여행을 선호하지만 누구에게나 자유여행이 좋지는 않을 거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혹은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를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마음이 쏠리게 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D가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과 답, 혹은 경험에 바탕을 둔 체크 포인트를 소개합니다.
- 골프에 빠지고 싶다면 패키지여행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 골프를 만끽하고 싶다면 자유여행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 골프장과 연애감정을 느끼는 골퍼라면 자유여행이 더 좋습니다.
- 9홀 기준 2시간 30분이 넘지 않기를 바란다면 자유여행을 권합니다.
- 좋은 스코어가 주는 기쁨이 (물론 모든 골퍼가 그렇지만) 각별하다면 패키지여행이 훨씬 더 좋습니다.
- 2인 플레이만 하고 싶다면 자유여행이 유리합니다.
- 결과의 보람도 좋지만 과정의 즐거움이 더 즐겁다면 자유여행이 좋습니다.
- 3박 4일 이하는 패키지여행이 더 효율적입니다.
- 특히 주말을 낀 짧은 골프여행은 패키지여행이 훨씬 더 낫습니다.
- 체력이 달린다면 패키지가 좋습니다.
- 일주일 이상은 자유여행이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 고급스러운 VIP 대접에 익숙하다면 자유여행은 어렵습니다.
- 클럽하우스가 중요하다면 패키지여행이 좋습니다.
- 골프장 주변의 자연이 중요하다면 자유여행이 유리합니다.
- 여기가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한국골퍼가 많은 게 싫다면 당연히 자유여행뿐입니다.
- 예기치 못한 상황의 발생이 싫거나 피하고 싶다면 자유여행은 어렵습니다.
- 예상 못한 즐거움은 자유여행에 훨씬 더 많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 이런 그린피 내고 18홀을 쳐도 되나 싶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도 견딜 수 있으시다면 자유여행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