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냈어?라는 인사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

잘 지내냐는 말 대신

by 에밀
“잘 지냈어요?”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나면 가장 흔히 건네는 인사입니다.

저 역시 평생 자연스럽게 사용해 왔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큰 불편 없이 주고받는 말이죠.

하지만 요즘 이 인사가 조금 곤혹스럽게 느껴집니다.



저를 찾아주는 한 선배님이 계십니다.

제가 큰 실수를 하고 자숙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떤 책임감에서인지 한두 달에 한 번씩 꼭 안부를 물어봐주셔요.

그런 연락을 받을 때면 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정말 마음이 없는 사이라면 1년에 한 번 연락하기도 쉽지 않다는 걸 아니까요.

하지만 그 선배님이 “잘 지내고 있지?”라고 물어오면, 그 순간만큼은 참 난감합니다.



사실 별 뜻 없는 인사일지도 몰라요.

저 역시 그에 맞춰 “네, 잘 지냈습니다.”라고 대답하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그 말이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요.

자숙 중인 입장에서 “잘 지냈다”고 말하는 것이 괜찮은 일일까.

어딘가 마음이 걸리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뇨, 잘 못 지냈어요.”라고 답하자니,

괜히 고집스러워 보이고 예의 없는 사람처럼 비칠까 걱정이 됩니다.

안부 인사에 어울리는 태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 들고,

그다음에는 대화가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부담이 찾아와요.

“왜? 무슨 일 있었어?”라고 되묻는 순간,

자숙 중의 내 마음이나 요즘의 생각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구구절절 꺼내는 것이, 과연 꼭 필요한 일일까 싶은 마음도 있어요.



결국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냥, 그럭저럭요.” 같은 애매한 대답뿐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실수를 하지 말았어야 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을 붙잡고 후회하는 데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우연히 유튜브에서 드로우앤드류 님과 장재열 작가님이 함께한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영상의 제목은 “잘 지내?라고 묻지 마세요.”

20대, 30대들이 외로움을 느끼는 진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었어요.



장재열 작가님은 ‘사회적 고립’을 경험한 이들에게

“잘 지내?”라는 인사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가 직접 인터뷰한 고립 경험자 100명 전원이,

“그런 연락을 받으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읽고도 씹은 적이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해요.



그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닿았습니다.

저는 완전히 고립된 상태는 아니지만,

타인에게 내 상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던 그 마음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 더 나을까.

작가님은 “어떻게 지내?”라는 말이 차선책이고,

가장 좋은 인사는 “그냥, 네 생각나서 연락했어.”라고 말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느껴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상태라면

“어떻게 지내?”라는 질문이 오히려 더 고맙게 느껴져요.

그 안에 내 생각과 마음을 담아 건네기도, 꺼내 놓기도 쉬우니까.

반대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라면

“그냥 생각나서 연락했어.”라는 말이 더 따뜻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어요.



돌아보면 저 역시 그런 인사를 많이 건넸습니다.

독서 모임에서 몇 주 만에 사람들을 다시 만날 때,

무심코 “잘 지냈어? 오랜만이네~” 하고 반갑게 말하곤 했어요.

그 인사에 어색하게 웃기만 했던 친구의 마음도,

지금은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는 다른 인사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어떻게 지냈어? 궁금하다.”



그렇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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