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사람을 두고 있으면 좋은 이유

왜 혼자보다, 누군가와 함께일 때 오히려 나다울 때가 생길까?

by 에밀

글이 막힐 때마다 나는 혼잣말을 하곤 한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고, 다리를 꼬았다가 다시 풀고,

크게 한숨을 쉬며 머리를 부여잡기도 한다.



이 모든 행동은 꽤 어색하다.

특히 혼자 있을 때는 더더욱.

카페처럼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서는

나 자신도 모르게 눈치를 보게 된다.



하지만 앞에 누군가 앉아 있을 때는 다르다.

그 모든 몸짓이 ‘대화의 제스처’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상하지도, 불편하지도 않다.

그저 자연스럽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정당화(justification)’라 부른다.

우리는 언제나 행동에 이유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외부의 맥락을 통해 쉽게 주어진다.



이어폰 없이 혼잣말을 하면 이상한 사람이지만,

이어폰을 끼고 말하면 통화 중인 사람으로 이해된다.

행동은 같아도, 해석은 정반대다.



그저 앞에 누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관계 속의 ‘정상적인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건 단지 오해를 피하기 위한 장치만은 아니다.



누군가 내 앞에 있다는 것,

그 사람이 나를 보고 있다는 것.

그 시선 안에서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조금씩 되찾는다.



비로소 나는 내 행동에 더 당당해진다.

생각을 떠올리려 애쓰는 모습도,

막힌 문장을 붙들고 고민하는 시간도

진지한 노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깨닫는다.

그 사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그저 자리에 있어 준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내 안의 생기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걸.



그 시선이 나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에,

나는 눈치를 덜 보고,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니까,

무언가 잘 풀리지 않을 땐

누군가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그 존재만으로

지금의 나도 충분하다고,

그 자체로 괜찮다고 느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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