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슬프고 자주 좋았다.
우리는 북악산에 올라가 간결하게 편집된듯한 서울을 바라보았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여기가 바라보고 있는 저기에 속해있는데 안과 밖이 없는 기분이었다. 세상이 두 개의 오르골로 나눠진 것 같았다. 하나는 따뜻해서 마음이 짓물리는 듯했고 그런 나를 위해 반대쪽은 경쾌하게 춤을 춰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은 더 큰 오르골의 부속처럼 일제히 제 역할을 해주었다.
오르골이 한 바퀴를 돌 때마다 노을은 진해진다.
나는 왜, 문득, 슬펐을까
아마도 이유를 백가지는 댈 수 있어서 슬펐을 것이다.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때론 슬픔보다 더해서.
진짜 슬픈 마음은 아직 한마디도 한 적이 없어서.
모든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 사무쳐서.
내가 받았던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내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던 순간도 선명해서.
불면이 찾아와도 열심히 받아들이던 어젯밤이 생각나서.
그래도 견딜만해서.
다시 바라본 서울은 손바닥 만했다. 색종이를 접듯 깔끔하게 반으로 접으면 서로의 머리가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그 안에 있을 땐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정말 가까웠다. 그녀가 말한다. 저 안에 있으면 이곳과 저곳이 반대편 끝자락 같고 구만리 같은데 멀리서 보면 이렇게 가깝고 직선이라며, 네가 그렇다고. 걱정말라고. 나는 이 이야기가 내심 좋았다. 아름다운 것은 비유에서 나온다. 비유는 어렵지 않고 곱씹을수록 찬란하기만 한 것. 비유가 위로가 된다.
그림 같은 야경이 마음 한 곳의 공허를 만지지만 또 한편엔 충만함도 채워주었다.
문득 슬퍼도 자주 좋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