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에서 시작하는 자취 일상
내 첫 자취방 주소는 르완다다.
처음으로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된 건 지구 반대편이었다.
상상도 하지 못한 곳에서, 예상도 못 한 방식으로.
MBTI 슈퍼 N형 인간으로 살아오며 머릿속을 스쳐간 수많은 망상과 시나리오들, 그 중 딱 칠백여든아홉 번째쯤 되는 생각이 있었다.
'만약 정말 살기 싫을 때가 오면,
그냥 죽었다고 치고 남을 위해 살아보는 건 어떨까'.
인생의 큰 흐름을 바꾸는 건 엄청난 사건이나 깊은 깨달음이 아닐 때가 많다.
가끔은 툭 던진 농담 같은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슬쩍 걸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스물 셋,
노파심에 말해두자면 아직 죽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매일 살아서 기쁘다고 외치는 것도 아니다.
무얼 해도 좋은 나이라고들 하지만,
막상 그 '무얼'이란 걸 고르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렇게 고른 게 아프리카 봉사였다.
이왕이면 멀리, 이왕이면 낯선 곳으로.
도착지는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
그리고 생애 첫 자취가 시작되었다.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니고 오래 꿈꿨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게 되었다.
내 첫 자취방 주소는 르완다다.
꽤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