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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드릭 Sep 24. 2021

선생님은 아들 안 때려요?

수업 시간 중에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선생님은 아들 안 때려요?”

“때리지 않아도 줄 수 있는 벌은 많아.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한다던가..”

대답을 끊으면서 학생이 말했다.


그냥 때리세요. 안 맞다가 학교 가서 맞으면 충격받아서 자살할걸요.

  

그 말에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그렇다, 엄마인 내가 체벌하지 않는다고 폭력이 만연한 사회적인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엄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가정에서 폭력을 없애는 것이다. 폭력은 처음에는 빠른 효과가 있는 듯 보이지만 점점 더 센 강도의 폭력을 휘두르지 않으면 효과가 금세 없어지게 된다. 폭력의 효과는 공포에 의존하는 것이다. 공포를 전제로 한 훈육에서는 어떤 교육적 가치와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체벌은 부모와 아이의 관계만 망가뜨릴 뿐이고 대화와 유대를 단절시켜 더 나은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방해할 뿐이다.


아들이 3살 때 종아리를 때린 적이 있다. 어떤 행동을 하면 벌로 종아리를 맞기로 미리 약속했고 자를 종아리에 살짝 대기만 했다. 3번. 맴매라고 하기도 그런 체벌이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 바지 끝을 자꾸 내리는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하루 종일 강박증처럼 내렸다. 전혀 아프지 않은 종아리 맴매가 3살짜리에게 상당한 정신적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아서 많이 후회했다. 그 후 단 한 번도 체벌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있을 때 훈육이 필요한 순간이면 친구들이 없는 방으로 불러서 둘이 따로 얘기를 했다. 논리적으로 설명해주면 이내 곧 수긍하고 행동을 고쳤다. 하지만, 이 방법도 최대한 자제했다. 정말 필요하다고 인지되는 순간에만 사용했다. 엄마보다 인지적, 언어적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 입장에서는 어른 엄마의 논리적 설명은 거의 반박 불가할 수밖에 없고 관찰자인 엄마가 모르는 아이들 사이의, 아이들만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개입은 오히려 친구들과 사이를 방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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