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엄마들과 산속 유치원을 만들어 보자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유럽에는 하루 종일 산속에서 아이들과 나무, 버섯, 산 벌레를 관찰하며 생태교육을 하고 친구들과 자연을 배경으로 신체활동을 하는 산속 유치원이 있었다. 피톤치드가 쏟아지는 자연 속에서 지내면 건강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교실처럼 꽉 막힌 시멘트 공간에 있을 때는 기대할 수 없는 정서적 안정감을 가지게 되고 그 속에서 친구들과 더욱 평화롭고 편안한 유대를 나눌 수 있다. 한국에는 산속 유치원이 없었기 때문에 삼총사 엄마들이 선생님을 모셔서 진행해보고자 했는데 아쉽게도 선생님 섭외에 실패하여 산속 유치원은 무산되었다. 개념 자체가 생소할 때여서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할지 막막하다 보니 맡아서 지도하겠다는 분이 없었다.
나의 유년시절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를 떠올려보면 그곳은 자연이었다.
방학 때마다 엄마 고향인 남원에 내려가서 큰 외삼촌 한의원 입구 아치에 주렁주렁 달렸던 청포도 넝쿨에서 청포도를 따먹었던 기억, 둘째 외삼촌 농장에서 본 커다란 소의 눈망울과 소똥에 미끄러져 넘어진 기억, 셋째 외삼촌 과수원에서 숨바꼭질하다가 떨어진 복숭아를 주워 먹고 복숭아 꿀물을 입가에 가득 묻혔던 기억, 외삼촌들과 산속에 나무하러 가서 나무를 탁탁 때려서 집에 가자는 신호를 주고받고 경운기 가득 쌓은 나무땔감 위에 나를 휙 던져서 땔감 꼭대기에 누워서 외할머니댁 대문을 닿을락 말락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던 기억. 아궁이 남은 불씨에 포일에 쌓은 고구마를 묻어서 군고구마를 만들었던 기억. 개울가에 구경 가면 작은 불을 지펴서 꼬챙이에 끼워 물고기 구이를 건네주던 동네 아이들의 기억. 외할머니 방에 모여 누워서 풀벌레 소리 들으면서 얘기 나누다가 잠들었던 기억. 자연 속의 그 기억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