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 사용설명서 21화

곱창돼지 오영오 21

by 주원

영오와 경찰관과의 첫 번째 대질신문은 총 두 시간정도 소요됐었고, 검찰 수사관과의 대질은 거진 다섯 시간 정도 소요됐었다. 나에게 있어 두 삼자대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투에 임하는 나의 마음가짐이었다. 나는 이미 내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였기에 더욱 편하게 싸울 수 있었다. 기혼 남성들은 경험해 봤겠지만, 결혼식 입장 때 걷는 게 굉장히 어색했을 것이다. 걷는 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인데, 의식하기 시작하고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평상시에 하는 것도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져도 되는 싸움을 시작한 나는 그 어느때보다 쓸모없는 힘이 빠진, 컨디션이 좋은 상태였다. 질 것이 명백한데 나는 왜 사건을 검찰로 올리지 않으려던 경찰관에게 협박까지 하며 이 두 번째 대질신문을 이끌어냈을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영오가 해당 경찰서와 유착관계가 있다고 하니 영오의 손이 닿지 않는 검찰청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었고, 두 번째로는 내가 원하는 목적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후이 있을 싸움을 위해 영오에 대해서 많이 알아내고 화풀이라도 할 셈이었다.


수사관이 영오에게 건넨 첫 번째 질문은 왜 이렇게 늦었나였다. 나에게는 짜증 섞인 여자 같은 말투로 일관했더면, 영오에게는 체벌이 심했던 시절의 학주 선생님 같은 말투로 호통을 치며 이야기했다. 영오가 우물쭈물하게 길이 막혔다고 하자, 어디서 출발했는데 이렇게 늦었냐며 계속 화를 내었다. 영오는 잠실에서 출발했다고 했었는데, 내가 저는 더 멀리서 출발했는데 미리 왔다고 추임새를 넣었다. 이윽고 두 번째 질문으로 영오의 재산을 물어보았다. 영오는 본인의 재산이 한 40억 정도라고 대답하였다.


"천억 있다며!" 내가 영오를 째려보며 말했다.

"......" 영오는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시선을 앞으로 고정했다.

"천억 있다고 했어요?" 수사관이 물었다.

"..... 아니요." 영오가 나지막이 이야기했다.


"그럼 40억은 정말 있어요? 재산이 현금으로 있는 거예요?"

"아니요 현금은 하나도 없고 집하나 차하나에 전세 들어가 있는 곳 현금을 빼서 합치면 40억 정도입니다"

수사관의 질문에 영오가 대답하였다.


조우현이 영오가 지인에게 사기를 치며 마련한 돈으로 산 집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럼 빚은 하나도 없고 재산이 40억인가요?" 수사관의 호구조사가 계속되었다.

"아니요 빚은 한 100억 정도 있습니다"

"그럼 재산이 -60억이지 어떻게 40억이에요?"

"아 사업체로 진 빚입니다."

"사업으로 진 빚은 빚이 아니에요? 법인이에요?"

"아니요 개인 사업자입니다"

"........" 수사관이 매우 짜증이 난 상태로 무언가를 타자기로 작성하고 있었다.


적막이 흐른 체 수사관의 타자소리만 나서 내가 다시 말을 꺼냈다.

"아니.... 천억 있다며..."

"조용히 좀 하세요!"


그 후에도 신변관련된 많은 질문을 했는데 모든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호구조사를 마치고 사건에 대해서 질문을 시작하였다. 처음은 가상화폐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왜 가상화폐를 다 받아놓고도 변제의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냐는 질문이었다. 당연히 물어볼 질문이었고, 나는 이 점에 대해서 영오가 어떠한 주장을 펼칠까 궁금하였는데 조리 있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어버버 하며 매 질문마다 이상하게 대답을 해서 수사관의 목소리 데시벨이 점점 높아졌다. 영오는 막 다른 길에 몰리자 가상화폐 관련해서는 처음엔 장난으로 말한 것이었지만 어느 정도 책임을 느끼니 조금은 변제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계속되는 영오의 자살골에 나는 속으로 이기세로 가다가는 잘하면 정말 사기죄로 유죄를 받을 것 같다는 희망을 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는 질문을 하지 않고 영오와 1:1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정말 솔직히 말하면 영오가 땀을 뻘뻘 흘리며 짭퉁 톰브라운을 입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며 약간 불쌍한 감정까지 들었다. 한 한 시간 정도 한마디도 안 하고 듣기만 하다 보니 심심해서 핸드폰을 켜서 프렌즈 사천성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수사관이 몇 번 흘긋거리더니 한 10분 정도 지난 후에 여기서 게임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화장실을 잠시 다녀온다고 하고 커피라도 뽑아마시려고 했는데 입구의 한 책상에 수많은 과자와 병문안 갈 때 사가는 유리병에 든 주스가 깔려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과자 옆에 앉아서 사무 일을 보던 여직원분께 과자를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았고, 여직원분이 친절한 어투로 마음껏 먹으라고 했다. 그럼 주스도 마셔도 되냐고 물어보니 주스도 마시라길래 주스와 과자를 그 자리에 서서 먹었다. 과자도 상당히 고급 과자였다. 닥터유에서 만든 과자가 많았다. 사무실에 세 명이 있었는데, 세 명 이서는 죽어도 먹을 수 없는 양이였다.


과자를 먹으며 사무실을 구경하다가 수사관이 나에게 질문을 할 시간이라고 해서 다시 자리로 돌아갔는데, 내 손에 과자가 쥐어져 있자 영오가 한숨을 쉬면서 일어나서 과자를 집고 자리에 왔다. 그러자 수사관이 영오에게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호통을 쳤다.

"아니 얘도 먹었잖아요."

"난 물어보고 먹었어!"

"주원 씨도 과자 드시지 마세요! **씨, 주원 씨에게 과자 먹어도 된다고 했어?

"아니 왜 저분한테 그러세요. 제가 여태껏 낸 세금이 얼만대 과자도 못 먹어요?"

"앞으로 드시지 마세요."


한동안 우호적인 관계였던 나와 수사관의 사이가 과자 몇 개로 인해 멀어지는 순간이었다. 겁쟁이 영오가 본인이 쥔 과자를 다시 갖다 놓아서, 난 내가 먹다 한 조각이 남은 과자를 슬쩍 영오에게 건넸다.


대질신문은 중간에 쉬지 않고 몇 시간이나 지속되었다. 중간중간 왠지 내 사건과는 무관한, 영오의 다른 사건에 얽혀있는 듯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는데 너무 시간이 길어지자 어느덧 영오 편을 들고 있었다.

"아니 그게 지금 뭐가 중요해요?"

참다 참다 내가 영오의 편까지 들게 되었다.

"제발 좀 조용히 좀 하세요!"

"아니 언제 까지 해요 저 먼저 가도 돼요?"

"잠시 후에 끝나요 그리고 마지막에 검사님 만나고 가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1:1:1, free for all처럼 모두가 모두를 진심으로 싫어하기 시작했을 무렵, 수사관이 기어를 올려 영오에게 마지막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22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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