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 사용설명서 24화

오영오 24

by 주원

나의 장편 소설은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간지옥 시리즈처럼 원작, 프리퀄, 시퀄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시퀄은 현재 겪고 있는 스토리로, 팀 내 상사와의 시시콜콜한 갈등 이야기다.

이제 그 상사와 올해 1월부로 소속이 달라지게 되어서, 시퀄의 스토리는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고, 글로 옮기는 작업만 진행하면 되기 때문에 지지부진한 오영오 에피소드를 얼른 쓰고 끝내려고 한다.


나머지는 민사사건에 관련된 얘기로, 사실 이야깃거리가 많이 없기는 하다. 애초에 나 자체가 민사사건에 대해 흥미가 없기 때문에 변호사 선생님과 따로 만날 일도 없었고, 알아서 진행해 주시기로 하셨다.


모든 민사사건이 그렇지는 않지만, 민사사건으로 승소하면 소송금액에 대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율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12~15% 사이였던 것 같다. 핵심은 소송을 건 날짜부터 이율이 책정된다는 사실이다. 형사 사건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1년 정도 소요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때 주변사람들 말을 듣고 민사를 같이 걸었다면, 금전적으로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민사사건은 형사사건보다도 더디게 진행이 된다. 영오와의 민사사건 일심이 열리기 전, 몇 개의 절차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다 참석하지 않았고 선생님이 대참 해주셨다. 다만 모든 스텝에서 영오는 한 번도 원 일정을 지키지 않고 미룰 수 있는 마지막까지 미루고 참석을 해 재판을 계속 지연시켰다. 일심 재판을 마치고 결과가 나왔는데, 당연히 우리 쪽이 100대 0으로 승소하였고, 변호사 비용 500만 원과 법정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선생님은 너무 압도적으로 승리하였기 때문에 항소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항소를 할 수 있는 게 판결이 나온 후 약 3주까지였는데, 마지막날 점심시간에 선생님이 전화를 주셨던 게 기억난다. 지금까지 안 한 거면 마지막이다 축하한다 등의 이야기였고, 변호사 비용 500만 원을 네가 돌려받을 수 있지만 자기한테 처음에 줬던 500만 원도 돌려주겠다 등의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그날 퇴근하기 전에 한통의 전화를 더 받았다. 물론 영오의 항소 소식이었다. 영오는 항소마저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미루어 신청을 한 것이다. 선생님은 영오의 항소 사유에 대해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셨다. 항소를 해도 원심이 번복될 확률이 매우 희박해 보였으며, 항소 시 변호사 비용을 추가로 500만 원 뱉어내야 할 수 있고, 이자비용도 더 나올 텐데 이해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셨다. 하지만 나는 영오를 이해할 수 있었다. 영오의 판결 미루기 스킬을 보면 영오는 비슷한 송사를 여러 번 겪어 왔을 것이며, 당시 시점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당장 변제할 돈은 물론 없었을 것이기에, 질걸 알면서도 최대한 판결을 늦추고 그동안에 다른 피해자를 물색해서 폰지사기 식으로 돈을 갚으려고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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