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오
오늘 회사에서 점심을 먹다가, 누군가 헤어진 여자친구를 붙잡으려고 108페이지짜리 책을 쓴 후, 제본을 해서 전연인에게 책을 선물한 이야기를 들었다. 100장가량 글을 쓰는 것보다 그 시간에 쿠팡알바를 뛰어서 명품백이라도 사줬다면 미래가 달라졌을 거라 생각하면서 묵혀온 숙제인 오영오 이야기가 떠올랐다. 남은 이야기는 흥미면에서는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별로 쓰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 하니 계속 써본다.
검찰조사에서 수사관과 검사가 영오를 말로 두들겨 팬 것을 생각하며, 잘하면 영오와의 형사고소건을 승소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변호사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를 쭉 듣고도 미리 결말을 예감한 듯, 너무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 말라고 해주며 한 달 뒤쯤 주말 점심약속을 잡았다.
며칠 후, 수사관에게 전화가 왔다. 처음 듣는 매우 미안하고 공손한 목소리로 이번건은 혐의 없음으로 수사 종결을 해야 할 것이란 얘기를 해주었다. 본인들도 영오가 사기꾼이란 걸 알고 최대한 사건을 올려보려고 했으나, 앞서 말한 여러 항목이 충족이 되지 않고 피해금액도 애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사는 프리패스로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수사 결과서(정확한 문서명 기억 안 남) 작성해 줄 테니 꼭 민사소송해서 돈을 받아내라고 당부했다.
나도 수사관님께 그간 나의 경솔하고 무례한 태도에 대해서 양해의 말씀을 드리며 훈훈하게 인사를 마쳤다.
그 후로 또 며칠 뒤 변호사 선생님을 만났다. 변호사 선생님이 일일향에서 난자완스랑 목화솜 탕수육이랑 짬뽕을 사줬는데, 예전에도 몇 번 먹었었지만 그날따라 탕수육이 유독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허겁지겁 먹은 후 선생님이 얼른 민사 걸고 사건을 마무리하자고 하시면서 봉투를 건넸다. 봉투에는 내가 형사 사건을 걸면서 선임비로 드린 전액이 들어있었다.
정확한 상황은 기억이 안 나지만 그 당시는 재정적으로 넉넉했고, 형사가 아니면 의미 없다는 생떼를 부리던 시기라 처음에는 봉투를 받는 것도, 민사 소송을 시작하는 것도 거부했지만, 마지못해 못 이기는 척 소송을 걸기로 하고 헤어졌다.
며칠 후 선생님이 민사 소송을 진행하신다고 하시고 변호사비는 500만 원으로 책정하셨다고 했다. 민사 사건은 피해 금액별로 사건 승소 시 소송을 건 가해자에게 변호사 선임비를 돌려받을 수 있는데, 내가 승소 시 받을 수 있는 비용이 510만 원이어서 500만 원으로 책정하셨다고 하셨다. 이번에도 지건 이기건 소송비용은 전부 돌려주신다고 하시며 이미 형사사건 때 필요한 자료를 다 받으셨다고 알아서 진행해 주신다는 하시며 민사 사건은 진행이 매우 더디게 되니 잊고 살라는 말과 함께 통화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