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 사용 설명서_5화
곱창돼지 오영오-5화
오영오와의 에피소드를 쓰기 전 당충전을 할 겸 탕후루를 시켜 먹었다. 요기패스를 가입해서 17,000원을 넘겨야만 무료배송이 되기에 탕후루를 5개 시켜놓고 3개를 그 자리에서 먹은 다음 깜빡하고 냉장고에 안 넣은 걸 뒤늦게 먹었다가 설탕이 녹으며 점도가 높아져 임플란트 한 이빨이 빠졌다.
예전에, 거진 15년 전에 흑돈가에서 친구와 삼겹살을 먹으면서 다른 친구 욕을 하다 서비스로 준 껍데기의 기름이 입술에 튄 적이 있었다. 그날마침 식사기도 마치고 난 후부터 그 친구 이야기가 나와 기도를 하고 남 험담을 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 보기좋지 않았는데 마침 기름이 튀어서 '하나님께서 싫어하시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그 친구 욕을 멈췄다. 지금도 가끔 그 삼겹살집을 지나가면 그때 생각이 난다.
이번에 이빨이 빠졌을 때도 혹시 유사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오영오 에피소드는 공익적인 목적이 크기 때문에 마저 적기로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어리석지 않아 어차피 읽지 않아도 일어나지 않은 일 일수 있다만,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게 어디인가. 다만 앞전의 에피소드처럼 외형에 대한 비하 등 훗날 만약 오영오가 이 글을 읽었을 때 상처받은 말은 최대한 삼가도록 하겠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재석이의 끈질긴 설득으로 영오의 동업 제안을 수락하기로 했다. 재석이는 순수하게 영오를 믿고 있었고, 정말 좋은 조건인데 영오가 잠깐 자금흐름이 안 좋은 상황에 생긴 기회로 다른 사람한테 넘어가지 않길 바랐던 것 같다. 내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인 말은 재석이가 영오의 부모님과도 친분이 있고 부모님의 연락처도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원금을 다 받아주겠다고 했고, 둘 다 안되면 재석이가 원금을 변제해 준다고까지 해서 수락했다.
영오의 투자비는 총 1.4억이 필요했고 그중에 반인 7천만 원이 필요한 것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나한테 이오스로 빚진 6500만 원과 유사한 금액이었다.
"근데 재석아 마지막으로 속는 셈 치고 같이하겠지만 상식적으로 영오가 음식점에 투자할 돈 7천이 있으면 나한테 갚는 게 먼저 아냐? 그리고 저번달에 준다고 한 이자도 안 줬어"
라고 말했더니 재석이는 적잖이 놀라며 이자를 정말 안 줬냐고 몇 번이나 되물었다. 나는 이자는 크게 받을 생각도 없어 개의치 않았고, 변제할 여력이 있는데도 다른 곳에 먼저 투자하는 점을 강조한 건데 재석이는 어쩐지 이자를 주지 않은 것에만 집중해서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전화를 끊고 바로 65만 원이 입금되었다. 그리고 이때가 약속된 5개월치의 이자 중 최초이자 마지막 이자였다. 그리고 이 65만 원은 앞으로 있을 영오와의 소송에서 큰 무기로 작용되었다.
음식점 창업 비용을 보내고 나서 몇 주 뒤에 영오한테서 카톡이 왔다. (삼겹살 같이 먹은 후로 재석이를 통하지 않고 영오와 직접 연락하게 되었다.)
영오는 내가 가지고 있는 이오스를 전부 매도하고 현금화한 후 송금해 달라고 요청했다. 상식적으로 매도하고 남은 손실금을 메꿔줘야 하는 게 맞는데 총 매수금액을 나중에 한꺼번에 줄 테니 지금 남은 걸 팔아서 보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당시 6500만 원 주고산 이오스를 매도하면 약 1800만 원으로 2개월 동안 70프로가량 손실을 보고 있었는데 그 카톡을 보자마자 어쩐지 칙칙한 미래가 예측되었다. 영오는 나한테 이오스 매도금 1800만 원을 송금받은 후 갚지 않고 있다가 소송에 들어가면 1800만 원만 빚을 졌다고 주장할 것 같은 미래였다.
나는 그때부터 우리가 앞으로 나눌 대화는 앞으론 판사, 변호사, 그리고 심한 경우엔 sns에도 퍼질걸 염두에 두고 카톡을 했다. 일절 비속어를 쓰지 않고, 상대방에게 예의 바른 청년의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구축하며 카톡을 이어나갔다. 내 대학교 동기중 경준이라는 착한 친구가 있었는데 절대 사기를 당할 수 없는 관계에서도 여기저기 사기를 당하고 돈을 떼어 먹히고도 상대방을 불쌍해하는 착한 친구가 있었다. 나는 내가 그 친구라면 어떻게 카톡을 할까 고민하고 카톡 할 때만큼은 나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경준이에게 빙의된 심정으로 카톡을 했다.
나는 영오와의 대화에서 사실 엄마가 맡긴 가상화폐 계정으로 영오가 부탁한 코인을 투자하고 있었으며, 현금화를 해도 엄마계좌로 돈이 나가기 때문에 현금화한 후 송금은 불가능하다고 하며 대신 코인 지갑으로 송금은 가능하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코인 지갑으로 송금하면 이오스를 팔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매수를 부탁받은 그대로 이오스의 물량을 넘기는 게 법정에서 유리하게 작용될 것이라 느꼈다.)
자기는 지갑 같은 거 만들 줄 모른다며 재차 현금화해달라고 조르는 모습에 점차 나는 나에게 안 좋은 일이 벌 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커져갔다. 영오는 잠시 후에 다시 연락해 코인 거래소에서 엄마계좌(본인계좌) 말고도 다른 계좌로도 입금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하며 다시 송금을 부탁하였는데, 나는 있지도 않은 계정 보안단계를 핑계로 엄마 계정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영오는 울며 겨자 먹기로 원래 있던 코인지갑을 새로 만든 것처럼 둔갑하여 1월에 구매한 이오스를 전량 전달받았다.
추후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독자들에게 한 가지 팁을 주자면 돈이 얽힌 상대방과는 가급적 카톡이나 문자로 얘기하는 게 좋으며 본인이 당하고 있는 답답한 입장임에도 착하고 험블 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검사, 판사도 결국은 사람이기 때문에 선한 사람의 손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정 욕이 하고 싶다면 만나서 하는 것이 좋다. 그마저도 녹음을 할 수 있으니 카페 같은 곳으로 불러내 귓속말로 하는 게 가장 좋다.
6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