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 사용 설명서_6화

곱창돼지 오영오-6화

by 주원

아빠는 할아버지한테서 강북에 작은 건물 세 채를 물려받았는데 그중 두 채는 재개발 지역이었다. 곧 부수고 다시 지어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상태가 많이 낙후되었는데도 전혀 수리하지 않은 상태로 수십 년간 방치되었었다. 아빠가 처음 건물을 보여주었을 때가 중학교 2학년 때 즈음이었는데 그날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나는 내가 부자는 아니지만 나름 먹고살만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생활비의 원천을 알고 나서 쇼크에 빠져 몇 날며칠을 앓아누웠었다. 흡사 그때 모습은 가정집에서 길러진 원숭이가 처음 거울을 보고 자신이 인간이 아닌 걸 알았을 때 망연자실한 모습과 비슷했다.

(지금은 물론 작지만 받은 것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물론 아빠한테 말고 하나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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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아빠가 돌아가시자마자 상가의 외관과 내부를 일부 수리하고 모든 세입자에게 월세를 50% 인상했다. 마지막 월세 인상이 십 년이 넘어 수월할 줄 알았지만 너무나 힘든 과정이었다. 인상시기가 계약일에 연동되기 때문에 세입자별로 인상 시기가 상이했는데, 초반에 계약하신 분들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해 주셨다. 중간에 반발이 거센 분들은 포기하고 싶었지만 같은 평수의 같은 층에서 비용을 다르게 받으면 형편성이 어긋나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며 힘겹게 세를 모두 인상했다. 2017년 당시만 해도 5년 뒤인 2022년에 다시 한번 월세 인상을 목표로 2억 넘게 들여 수리한 것이었는데 24년인 지금에도 인상에 대한 말을 꺼낼 엄두가 나질 않는다. 과정의 어려움을 몰랐기에 아무 생각 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회사에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몇 년간 진행하지 못한 해묵은 과제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확실히 문제를 잘 파악하지 못한 채 시도하는 게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이르킬 때도 있다.


다시 영오와의 이야기로 넘어가, 5월에 인테리어가 얼추 완성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음식점에 방문하였다. 전편의 영오의 이야기에 따르면 권리금과 보증금 없이 곱창집 설비와 인테리어에만 들어가는 비용이 2.8억이어야 하는데 가게 평수가 넓지도 않고 내부 인테리어도 간판도 준수한 편이긴 하지만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았다. 앞서 말한 대로 작년에 상가 수선공사를 한차례 진행하였기에 더더욱 투자 비용을 편취한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그때 생각했던 시나리오는, 애초에 영오한테 할당된 각출 비용은 1.4억이 아닌 7천만 원이고, 나를 속이고 비용을 받아가 지분을 공짜로 얻어간 것이라고 의심했다. (앞편에 이야기했지만, 영오의 말에 의하면 영오의 지인이 각 1.4억씩 투자하기로 했었고, 영오가 자기의 지분 절반을 줄 테니 나에게 7천만 원을 투자해 달라고 한 상황이다. 대신 다른 투자자 한 명은 비용을 내지 않고 장소를 임대해 주고 지분을 동일하게 가져가며 월세, 권리금, 보증금이 없는 조건이었다.)


곱창집을 처음 방문한 날부터 영오와의 모든 관계를 손절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영오한테서 먼저 연락이 왔다. 내용인즉슨 앞으로 가게에 인플루언서와 연예인을 초빙해 광고할 예정이라 나한테 추가 2천만 원을 요구하는 전화였다. 나한테 2천만 원을 요구한 것은 총 홍보비용이 8천만 원이 든다는 이야기인데 40평 규모의 작은 곱창집을 홍보하기 위해 말이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영오는 음식점을 빌미로 나에게 빨대를 꽂고 필요할 때마다 몇 천씩 돈을 뽑아먹으려는 심산이었다. 어찌 보면 영오 같은 사기꾼 입장에선 앞전 채무에 대해서 매듭을 짓지도 않고 다시 한번 본인을 믿고 투자를 한 것이기 때문에 나를 쉽게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사기꾼과의 모든 대화는 문자나 카톡이 좋다고 말했었다. 객관적인 기록이 남을 수 있고, 보내기 전에 생각하면서 말할 수 있어 실수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열이 받아서 원칙을 깨고 전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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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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