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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Mar 01. 2022

작두꿈

뭘 내놓을 것인가?

  

 지평선조차 보이지 않는 광활한 벌판에 홀로 서 있다. 어디가 어딘지 전혀 방향을 가늠할 수 없다. 너무 넓은 탓에 그냥 공중에 떠있는 느낌이다. 주변의 어떤 지형도 눈에 띄지 않는다. 산도 없고 바위도 없는, 그 흔한 나무조차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밤인지 낮인지 조차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가 이내 자욱하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생각도 하기 전에 어떤 힘에 몸이 붕 뜬다. 갑자기 나타난 두 거구가 나를 번쩍 들어 올린 것이다. 헉하고 놀랄 새도 없이 내 발은 허공에서 버둥거린다. 절 입구 사천왕상에서나 봄 직한 모습의 거대한 근육질의 역사力士 두 명이 내 겨드랑이를 한쪽씩 끼고 나를 들어 무작정 데리고 간다.  왜 그러는지 어디로 가는지 소리쳐도 아무런 말도 없이 끌고 간다.     


 던지듯이 나를 내려놓은 곳 앞에 큰 작두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중 한 명이 내게 뭐든 내놓으란다. 순간 이걸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머릿속엔 온갖 꼼수가 떠오른다. 최대한 안 아프거나 손해 볼 것도 없을 머리칼 손톱 등을 작두에 올리니, 예의 그는 신경질 내듯 이 새끼 지금 장난하냐고 뭐하는 짓이냐고 소리친다. 등에서 땀이 흐르고, 입에 침이 마른다. 할 수 없이 새끼손가락을 올리기도 하고, 발가락 하나를 올리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그때 순간 옆에 있던 역사가 내 오른팔을 획 잡아끌어 작두에 올리고 내려치는 순간 잠을 깼다. 이마에 땀이 흥건하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꿈이었구나!    


 내 몸에서 뭔가 하나를 버린다면 뭘 내놓는단 말인가? 이 몸뚱이에서 중요하지 않은 곳이 있긴 한가? 

하긴 평소 소중하게 여기거나 나름 관리라도 했다면 몰라도 방치하듯 몸에 무심하다가 막상 필요 없는 하나를 달라는데 어찌 그렇게 하나도 줄 게 없는가? 손끝이 베여도 온몸에 신경이 날카로운데 어디를 떼어 줄 수 있으며, 어딘들 필요 없는 부분이 있으랴.    


 이 꿈 얘기를 지인에게 했더니 그는 조금도 주저 않고 한마디 한다.

“이봐, 그땐 바로 목을 내밀었어야지.”

휘둥그레 바라보니, 그렇게 재고 계산하면서 살아온 지금 모습에 무슨 미련이냐고. 온몸을 던지지 않고서야 뭘 기대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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