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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Mar 11. 2023

남의 것

그 또한 고마운 일이다

부분 틀니의 고리 역할을 하던 마지막 치아. 상악동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던 송곳니마저 흔들리고 썩어 발치를 해야만 했다. 이젠 어쩔 수 없이 완전 틀니를 해야 한다. 약 한 달의 시간이 걸린다. 


맨 잇몸으로는 밥알을 씹기도 불편해한다. 죽을 먹고 국물을 마시는 도리밖에 없다. 덕분에 나는 비록 잠시동안이긴 해도 어쩔 수 없는 이 상황에 다양한 종류의 죽을 고르고,  연두부를 사고, 복숭아 통조림을 들고 엄마에게 간다.


젊어서부터 치아 손상으로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엄마는 치과 치료에 넌더리를 낸다. 그래도 역시 몸은 적응을 한다. 조금씩 잇몸이 아물고, 새어 나오던 발음도 제법 자리를 잡는다.


너무 간절히 기다린 탓일까. 그만큼 힘들었고 속정을 많이 냈으리라. 맞춘 틀니가 잇몸에 적응하는데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입안 가득 거북하다고 탓한다. 엄마는 "역시 내 것이 아니라 불편하네." 


남의 것은 아무리 좋아도 내 것만 못하다는 말을 틀니를 착용하다 말고 연신 내뱉는다. 그래도 보기엔 좋구먼 해도 엄마는 불평이다. 


세상 어떤 게 내 것인가

잠시 왔다가 이내 가버린다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게 있기는 한가?

태어나면서 가진 이 몸도 

정말 내 것이라면 

내 마음대로 될 텐데

유지는커녕 퇴락만 더하는데

하물며 남의 것이야

남의 것이 이 정도인 것만도 감사하다


착용한 틀니가 어색했다. 그래도 적응을 해야 한다. 입술 주름을 펴주니 젊어 보이기도 하다.

그럼, 짜장면을 먹으러 가자고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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