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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Apr 03. 2023

상록수의 자랑

화창한 봄날, 낙엽 지다

고난 극복의 상징, 의연하다

드높이고 받들어진 지조와 기상

매서운 찬바람에도 독야청청했음이니


늘 푸른 소나무라고 칭송받으며

추운 겨울 견디고 버틴 그 자랑

새싹의 연두에 그만 지난 잎이 진다


어려움 버티는 힘만 강조 마라

따스한 봄날을 만끽 못하고 진다네

고난을 뚫은 무용담에 취하지 마라

봄바람에 맥없이 퇴색되어 낙엽 진다


이 악물고 주먹 쥐어 이겨낸 견딤이

눈물겹게 칼바람을 버텨냈으나

봄빛에 어이없이 쓰러지네.

목표 달성이 목표라면 허망하다

힘든 허탈로 갈 곳 잃어 방황하다 쓰러짐이라


봄을 맞기 위한 겨울 지냄인 줄 알았는데

정작 이 봄에 조락해지면

그 우러름이 무색하다


한파의 어려움을 이겨낸 것보다

새순 날 때까지 푸르름 유지했음에 더 주목해야 한다

면면히 이어지게 한 과정들

그게 상록이게 끔 그의 역할이다


歲寒然後 知松栢之後燥라 했던가

한가득 눈 쌓인 그림에 '세한도'라 한 이유는 충분하나

추위를 버팀보다는

늦게 시듦에 더 숙연해짐은

마지막말. 後燥의 의미로 상록이 이어지게 했기에


상록수만큼 裸木들도 맨몸으로 겨울을 넘겼지만 겨울 눈길이 적다

일없이 의미부여 의인화 말라

그냥 졸리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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