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월 May 07. 2023

하늘쪽빛

인디고

갠 후 여명의 새벽하늘이 청초하게 맑아

파란 하늘인데 서쪽 끝에는 아직 농도가 짙다


물러가는 밤하늘은 남색의 여운을 남기고

해뜨기 전이라 푸른빛은 동에서 묽어진다


청청 하늘색  쪽빛이 너무 좋아

감탄만 하는 나를 지인이 쪽물 든 천을 보낸다


초록의 녹색 풀잎 마디풀에서

어찌 그토록 른 물을 담았는지


쪽 심어 수확한 잎을 두고두고 발효시켜

적시고 건져 올려 말리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여


지난한 인고의 기다림 속 기대로 작품을 만들지만

인위적인 계획과 추측의 날염 염색이

결과는 어쩔 수 없는 의도 우연


수묵화 설송 적설은 그려지지 않아 눈이 이고

희뿌연 달무리 테두리로 보름달 절로 드러나듯


새하얀 천에 문양 잡아 물들인 작품을 펼치니

물들어 스민 파랑은 하늘색 배경이 되고

묶여 물들지 않은 하양 바탕조각구름으로 떠있다


고운 색으로 리넨을 목에 둘러 거울 보니

하늘 구름 위로 쓱 내 얼굴 민망하다


하늘 닮은 마음 되길 바라는 뜻이 숭고해도

그 길은 여기, 일상의 소중함을 일컬음이라


한없이 깊은 바다의 블루로

티 없이 높은 하늘의 쪽빛으로




작가의 이전글 유치 자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