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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Jun 26. 2023

섬씽 스페셜

어떤 특별한 무엇이 있을까

이것 말고 더 없나?

다른 뭔가 특별한 게 더 있을 것 같은데

이게 다란다

아니 이 자체가 특별함이란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마치 비밀처럼 은밀하게 

소수의 몇몇에게만 전해졌다는 

전설적인 얘기들도 많던데


아무런 특별할 게 없는 

이 자체가 이렇게 이미 특별하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 평범한 일상이 

바로 그 특별함이라고 얼버무리려나

그럴 리가 없다


대단하다고 그렇게 누누이 회자되는 걸 보면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스페셜하겠지

그렇지 않겠느냐고 해도

이 존재 자체가 이미 특별하다고?


설마 그럴 리가 없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얻으려고 해도 얻을 수 없고

잃어버리려고 해도 잃을 수 없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처음부터 내내 존재해서

없는 줄 알고 있지만

너무나 익숙해서 알아차리기 힘들단다

맑은 물에 파문이 일기 전까지는

물의 존재를 알기 어렵듯이

투명한 유리문에 머리가 부딪치기 전까지는

없는 줄 알듯이


생사를 초월하는 얘기라고 해서 

불로장생을 얘기하는 건가 싶어

귀를 기울였더니

고작 태어나지 않았으면 죽을 일도 없다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고 있네


이미 태어나버린 이 몸을 어찌하냐고

나이 들고 늙고 병들다 죽게 되었는데

잊히고 사라지는 게 두렵고 

내 존재 자체가 소멸되는 게 끔찍하다고


이만큼 살아왔으니 

더 젊어지는 바람도 없고

최소한 이 무서움을 벗어날 방법을 일러달라고 매달리니

생겨난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그 변화 속에 변치 않는

감각되는 모든 것의 소멸을 경험하란다


내일 태양을 뜰지 아닐지 어찌 아냐고?

당연히 내일 해가 뜨지.

그걸 질문이라고 하나?

숱한 하루들이 그저 변화임을 알지 않냐고?

그 정도는 받아들이지


봄여름가을겨울은 어떻게 아냐고

몇 년 살아보면 더웠다 추웠다 반복임을 알지

어떻게 아냐고?

지금까지 경험해 봤으니 당연 알지.

그래, 그렇게 변화를 아는 건 

그 변화를 겪어봐서 안다는 건

그 변화의 순환에 벗어나 있기 때문이지.

생사도 마찬가지야.


몸살감기쯤이야 누구나 한 번 경험하지 알지.

건강하기 때문에 아픔이 있고

밤이 있기에 낮이 있고

젊음이 있기에 늙음이 있고

태어남이 있기에 죽음도 있지만

그 변화에 벗어나 있으면 

그건 과정의 하나일 뿐이지 

얽매일 필요가 없어.


자꾸 뭔가 더 특별함을 추구 말게

이미 특별한데도 뭔가 더 특별한 무엇이 있을 것 같은

특별함에 대한 그 환상은 환상일 뿐이라네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고 

가지려 해도 가질 수 없어

이미 가지고 있는 줄 모르니 자꾸 찾아


하늘을 날고

세상 모든 걸 소유하고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한들

그 순간적 반짝임을 위해 너무 많은 희생이 있어

덧없고 무의미해

맛있게 밥 먹고 하루 잘 지냄만 못하지


저렇게 높은 산을 갔다 왔다고?

하산해서 다시 산 정상을 올려다봐도

내가 저 산을 갔다 온 게 신기해

멀리 서서 대단히 높아 보이는 그 무엇이

한 발씩 옮기다 어느새 이렇게 갔다 왔으니


그 한 걸음에 세상 다 돌아다니고

자고 깸에 기억 없어도 

여전한 이것이 특별하지

모르겠다고?

모르는 줄은 어떻게 아나?

모르는 줄 아는 것도 아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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