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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Jul 08. 2023

만자야 소풍 가자

어찌할거나

팔십 넘게 친구로 지내

한 살 차이로 너 나하던 사이라

자주 만나 서로서로 위안받고

속속들이 속내를 알고 지내도

각자의 집안일들

우짜겠노 잘됐다 하건만


일찍들 남편 보내고

과부 할매되어

이제 남은 친구들 더 드문

연락 잦고 안부 묻다

여차하면 만나 밥 먹던 사이는


올봄만 해도 멀쩡하던 만자에게

캔 감자 나누려 오늘 만나보니

가져온 봇짐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예전 같지 않은 행동거지

깜빡하는 폼이 부산스럽다


작년에 셋방 사는 둘째 아들 안쓰러워

작은 며늘에게 슬쩍 찔러준 용돈이

큰 며늘에 들켜 한바탕 소란 후

그리 마음 상해 불면으로 앓다가

지병 천식 더 심해지고


봄 까지도 멀쩡하던 친구는

피서 가자 소풍 가자 했건만

오늘 영 제대로 아닌지라

모친은 아들인 내게 전화로 이냐고

어쩌냐고 어쩔 수가 없냐고 운다

하기사 나라고 어찌할 거나

듣고만 있을 수밖에


노인네 흐려짐이

잎 끝 매달린 빗물마냥

언제 떨어질지 몰라도

툭 하고 순식간에 벌어지는 것을

사는 날까지 그럭저럭일 수만 있길

잠들 날까지 제 손으로 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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