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십 넘게 친구로 지내던
한 살 차이로 너 나하던 사이라
자주 만나 서로서로 위안받고
속속들이 속내를 알고 지내도
각자의 집안일들엔
에이 우짜겠노 아고 잘됐다 하건만
일찍들 남편 보내고
과부 할매되어
이제 남은 친구들 더 드문지라
연락 잦고 안부 묻다
여차하면 만나 밥 먹던 사이는
올봄만 해도 멀쩡하던 만자에게
캔 감자 나누려 오늘 만나보니
가져온 봇짐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예전 같지 않은 행동거지
깜빡하는 폼이 부산스럽다
작년에 셋방 사는 둘째 아들 안쓰러워
작은 며늘에게 슬쩍 찔러준 용돈이
큰 며늘에 들켜 한바탕 소란 후
그리 마음 상해 불면으로 앓다가
지병 천식 더 심해지고
봄 까지도 멀쩡하던 친구는
피서 가자 소풍 가자 했건만
오늘 영 제대로가 아닌지라
모친은 아들인 내게 전화로 呆症이냐고
어쩌냐고 어쩔 수가 없냐고 운다
하기사 나라고 어찌할 거나
듣고만 있을 수밖에
노인네 흐려짐이
잎 끝 매달린 빗물마냥
언제 떨어질지 몰라도
툭 하고는 순식간에 벌어지는 것을
사는 날까지 그럭저럭일 수만 있길
잠들 날까지 제 손으로 드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