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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Jul 12. 2023

습득의 반

자꾸 웃으면 웃을 일이 생긴다

한산의 친구 습득拾得. 길에서 버려진 아이를 주워 얻어 길렀다고 이름도 습득이라고 지었다는 게 황당했지만, 그런 이름을 그대로 아무런 부끄럼이나 저항 없이 받아들인 습득이 더 대단했다.


부처님, 밥 잡수셔. 안 드셔? 그럼 내가 먹지롱.

법당 안의 본존불상에 숟가락으로 밥을 한술 퍼 불상 턱 밑까지 손을 쭉 내밀다 그만 자기 입속으로 쏙 먹는 모습이 떠올라 한동안 크게 웃었다.


하하 웃으며 살자. 웃는 얼굴 번뇌도 적다

사람들 근심 걱정 밑도 끝도 없으며, 큰 도리는 웃음 속에 꽃 피네.

이런 습득은 바보일까 도인일까?


친구 한산이 사람들이 비방하고 업신여기며 욕하고 천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습득에게 물었을 때, 습득은 웃으며 말한다. 나를 때리면 맞으며 쓰러져 눕고, 얼굴에 침 뱉으면 마를 때까지 그냥 두고, 밀면 통째로 구를 뿐이지.


욕하는 사람이나 욕 듣는 사람이나 모두 진흙인형 놀이라. 물에 젖으면 사라질 존재들이 잠시 만나 주거니 받거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허공에 대고 그리는 그림에 어찌 흔적이 남겠는가. 그저 웃자 히히 헤헤. 나와 남 분별없고, 좋은 사람 노릇도 아니 하지. 


좋은 거 구하지 마라. 내가 좋으면 좋은 거지. 유명하다는 메이커는 자본주의 상술 놀음. 습득이 내게 말하는 것 같다. 


세 번째 통풍의 재발. 급성기의 아픔이야 어찌어찌 넘기겠는데 문제는 또 증상이 나타난 거다. 지금까지의 방법으로는 안된다. 주변에서 요산조절을 위해 평생 양약을 먹어야 한다는 말도 들린다. 평생을 약을 먹어야 한다면 그건 죽어야 끝난다는 즉, 치료가 안된다는 말이다. 그런 무마법 말고 벗어날 방법을 찾고 싶다. 


뭘까? 통풍이 대사성 질환이라면 그 신진대사를 바로 잡을 일이다. 그저 요산 수치 조절로만은 안된다. 정작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肝과 腎의 기능회복을 중심에 두지 않고서는 미봉책이다. 


모두들 술과 음식의 문제를 거론한다. 물론 금주를 하고 퓨린 많은 음식을 삼가야겠지만, 肝腎의 문제라면 피로가 우선이다. 해서 충분한 휴식과 수면에 더 초점을 맞춘다. 운동하고 많이 자고 단순하게 살기. 완화 됐어도 아직은 진행 중이다. 발가락 새에 맺힌 요산 결절의 툭 튀어나온 습담이 물렀어도 아직 남았다.


습득을 보며 무척 반성을 한다. 뭘 하느라 그리 진을 빼고 精을 소모시켰던가. 아직도 뭔가를 추구하고, 아직도 어딘가를 찾아 헤매고 있구나. 


습득의  반만이라도 따르고 싶구나. 주어진 대로 열심히 재밌게 살면 그뿐, 의미 없는 의미 찾고 남 시선에 놀아나느라 바쁘다.


인과의 법칙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쉬고 또 쉬어보자. 인연 따라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그렇게 살고 싶다. 


큰 비 그친 후 멀리 산 골짜기에는 안개가 피어오른다. 거기 습득과 한산이 또 히히득 거리며 하늘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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