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가끔 명절에 가서 아버지를 뵐 때 새어머니에게도 같이 인사를 드렸지만, 어색함은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서울서 자주 내려갈 수도 없었지만, 어쩌면 그건 시간과 노력의 문제가 아니었던가 보다. 좁혀지지 않는 간극.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성이 다른 형제들도 성인이 된다.
돌아가시기 1-2주 전까지만 해도 그러다 회복해서 좋아지시려니 했던 친구 아버지는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셨다. 빨리 회복하고픈 마음에 식사량 조절에도 문제가 있었을 것 같다는 친구의 뒷얘기다. 시간이 충분할 줄 알았던 아버지의 남겨진 일들은 평소 부친의 생각대도 정리를 하시는 중이긴 했지만, 그래도 남겨진 많은 일들은 순간 그대로 정지되었다.
어느 집안에나 있는 유산 상속에 대한 소란. 없으면 없는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시끄럽다. 특히 그 옆에 같이 사는 이들의 주장이 날카롭다. 남겨진 일들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물었다. 세세하게 나누자면 끝이 없는 게 상속 논란이다. 심지어 누가 더 고생했느냐며 문제 제기를 한다면 한참 돌아가게 된다.
친구는 간단하게 해결했다고 한다. 동산과 부동산으로 나눠 정리했단다. 현금과 연금 등등의 부분과 아버지가 사시던 촌집. 다행히 큰 불만이 없었던가 보다. 누나들이나 네 집사람도 동의했냐고 다시 물었다. 친구는 본인이 이렇게 하기로 했으니 부탁한다고 형제들에게 고개 숙였단다. 새어머니 쪽에도 불만이 없었던가 보다.
세상 가장 치사하고 피터지게 격렬한 싸움이 '집안싸움'이다. 속속들이 아는 데다 그 이권에 대한 욕심에 너나없는 다툼. 숱한 법정 다툼으로 온갖 정까지 뚝 떨어지는 일들이 흔하다. 남는 것 하나 없이. 친구의 결정이 얼마나 현명한 해결인지는 별 문제다. 아니 그건 무의미하다. 망자에 대한 생각에서 이래저래 속상함이야 어쩔 수 없어도 감정의 손상까지 가지 않았고, 가장 중요하게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 자칫 복잡해져 꼬일 수 있는 매듭을 그는 그렇게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