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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Oct 18. 2023

성취보다 유지

그 노력이 일상의 일부가 되어

오래간만에 본 지인이 살이 쏙 빠졌다. 보기 좋았다. 어떻게 했는지 궁금했다. 그는 올봄부터 하루 4시간가량을 운동했단다. 처음 한두 달은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는 운동할 때 덜 지친다고 한다. 약간 적응이 됐는가 보다. 놀라운 운동양이다. 


한 때는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았다. 운동을 하고 나면 자신이 기특하여 먹는 것으로 보상을 한다. 그러다 보면 더 많이 먹게 된다. 이젠 먹기 위해 운동하는 형태다. 그러다 운동을 안 해도 먹는 습관은 관성처럼 이어진다. 


쉽게 다이어트를 하라며 주변에서 식욕 감퇴를 위한 다이어트 약물이나 식사 대용의 보조식품을 추천하기도 했지만, 약물에 의한 비만 조절은 의존성에 대한 걱정으로 처음부터 배제를 했다. 


살을 빼려고 식사조절을 시도하다 매번 요요현상으로 더 우울해졌다. 비만에는 먹는 것 조절이 핵심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 좋아하는 걸 참고 식단 조절을 하고, 식사량을 줄이는 방식은 두세 달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한다. 먹고 싶은 걸 참는데 한계도 있기만,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이 짓을 왜 하냐는. 이미 나도 모르게 음식에 손이 가있다. 결국 평소의 식사량에 더하여 절제한 양만큼을 더 먹게 되더라고. 그러다 그냥 이렇게 살지 뭐 하냐는 마음이 된다고. 괜히 했다고.


식단 조절 말고 이번엔 제대로 운동을 시작해 보자고 작정을 했단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5개월 이상을 지금의 강도로 운동한 결과 10kg 이상의 감량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란다. 20층까지 계단 오르기, 등산, 새벽 조깅 등. 옆에서 나는 박수를 친다. 대단하다. 나의 칭찬에 그는 웃으면서도 뭔가 걱정스러운 얘기를 한다.


얼마까지 빠질까? - 글쎄, 아마 몸이 적응할 때까지는 체중이 줄겠지.

다시는 살이 안 찌려나? - 그럴 리가. 다만 유지하는 게 힘들지.

그러면 어찌해야 하나? -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바다.


그 운동을 3년간 계속할 수 있나? - 그건 좀 버거운데.

만만하게 한다면 하루 몇 시간이면 될까? - 지금은 하루 2시간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

매일 그렇게 할 수 있으려나? - 아마 그쯤이라면.


굳센 의지와 높은 목표가 문제다. 새해 첫날의 다짐이 작삼삼일로 무너지는 것은 거창한 과정과 결과에서 벌써 무너진다. 시작부터 마음이 버거운 거다. 


그냥 평소의 일상을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게 중요하다. 매일 하는 일상이 어렵다면 그건 일상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을 편안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일상이 규칙성을 가진다면, 그런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중에 한 가지만 살짝 변화를 모색한다. 할 만하고 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한다. 그러한 변화라면 3년 5년 10년을 지속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본다. 그렇다는 자답이 나온다면 해보는 거다. 그래서 뭔가 대단한 시도는 반짝하는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일상이 아니므로.


평소랑 똑같이 생활한다. 다만 그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충분한 수면이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식사도 그렇다. 변함없는 규칙성을 반복적으로 지내다 보면 그 일정함 속에서 틈이 난다. 그 틈을 이용한다. 다만 그 활용으로 인해 규칙성이 무너지면 곤란하다. 틈의 이용은 일상을 유지한 체,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자연스럽게 하나의 일과로 물들어야 한다. 


공성(攻城) 보다 수성(守城)이 더 어렵다고들 한다. 꼭 병서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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