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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Oct 27. 2023

왼쪽 어깨

오른손의 자유를 위해

"왼쪽 어깨를 못 움직이겠어요. 등도 아파서 고개 돌리기도 힘들고"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났더니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단다. 병원 가서 사진 찍고 주사 맞아도 아프다고. 크게 무리한 운동이나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어느 날 갑자기 못 움직이게 아프다고.


왜 그런 것 같냐고 묻는다. 도대체 모르겠단다. 늘 베고 자든 베개요, 늘 하던 일상인데 뭐가 잘못인지 모르겠단다. 병원에서는 근파열이나 염증이라고. 그런 조직학이나 병리적인 것 말고 평소와 달리 한 일도 없는데 왜 왼쪽에 통증이 발생했냐고 묻는다. 이유를 모르겠단다. 회전근개든 충돌증후군이든 오십견이든 간에 그게 어떻게 하다 발생했을까 묻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는 나도 모르게라는 뜻이고, 평소에 늘 하는 동작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너무 익숙해서 그런 자세를 취하는지 본인도 모르는 동작.


왼편으로 기대는 자세를 주로 취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왼쪽으로 기대는 동작이 너무 자연스러워 앉으면 늘 그 자세인데 잘 모른다. 관찰해 보라고 한다. 흔히들 왼편으로 기댄다. 오른손엔 마우스를 잡고, 오른손으로 커피잔을 들고, 오른손으로 펜을 쥔 자세를 하느라. 오른손의 자유로움을 위해 왼쪽 어깨를 고정시킨다. 왼쪽 팔꿈치를 테이블에 고아 왼쪽 어깨를 고정시키고 체중까지 왼쪽으로 실어 누르며 기댄다. 오른손으로 하는 동작을 위해.


오른손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앉아있는 자세는 그 오른손의 자유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왼쪽을 고정시킨다. 장시간 그 자세를 유지한다. 몇 년 동안이나 그렇게 지냈는지 모른다. 그러다 어느 날 왼쪽 어깨가 지탱의 한계에 이르는 순간 갑자기 통증이 나타난다. 늘 하던 자세였기에 눈치를 체지도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아프다. 갑자기.  


일상에서 한 번 관찰해 보라고 언질을 한다. 나중 그러한 자세를 확인하고, 정말 왼쪽으로 많이 기대고 있음을 인식해도, 어느 순간 다시 자신도 모르게 왼쪽으로 체중이 실린 어깨자세를 취하고 있는 본인을 발견한다. 그만큼 익숙하고 편하게 여겼던 오래된 몸의 기억이다. 


기댐은 가끔 흔들리고 외롭고 힘들 때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기댐이 오래되어 의지하게 되면 자세가 된다. 기댐이 익숙한 일상이 되면 부담을 넘어 밀착이 된다. 밀착을 넘어 유착까지 되면 서로 엉켜 자유를 잃는다. 염증이 생긴다. 아픈 관계다. 움직일 수조차 없다.


오른손의 자유를 위해 왼쪽 어깨에 과부하를 일으키면 결국 오른쪽도 자유롭지 못하다. 기대는 자세는 어깨의 통증뿐만 아니라 사람을 의존적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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