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지른 바위산의 절벽
돌 틈 새 매달리듯 자란 나무
바위에 지탱한 온몸은 휘고 꼬였다
이리저리 헤집고 비틀렸을 뿌리만큼
꼬불꼬불 나무줄기도 뒤틀렸다
매달려 있기도 힘든데
비탈 상승 바람은 거칠고
햇살은 그늘 없어 이마에 따갑다
드물게 내린 비는 고일 데 없어 지나치고
틈새로 잠시 몰린 수분을 삼킨다
주변 소나무들이 쭉쭉 자란 걸 보면
현애에 아슬아슬한 소나무도
그 종자는 아름드리 출신일터
환경이 조건 되어
키 작고 왜소하게 억척스럽다
어쩜, 굳이 일부러 골랐다
희박하고 드문 척박한
주변에 잡초조차 꺼리는 곳에
족보 있는 나무가 괜히 터를 잡고 버틴다
이래야 예술이지
아무도 찾지 않는 외면의 바위틈
생의 의미는 내가 택하고 정하지
홀로서기는 이렇게 하는 거야
그리고
나 아직 이렇게 살아있거든
어쩔 수 없이 비틀린 게 아냐
운치 있게 비튼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