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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Jan 24. 2024

라던데 자유

본인이 아는 게 전부라서

오래간만에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평소 살아가는 얘기들이 오간다. 아들이 겨우 취직한 직장이 마음에 안 든다고 퇴직하고 집에 있어 속상해 잔소리하는 부인에게 그러지 말라고 하는 친구, 맞벌이로도 뒷바라지 힘든데 계속 공부하겠다고 대학원 간 딸에 대한 뿌듯함과 생활비에 대한 걱정. 아픈 아버지를 돌보던 엄마가 병으로 먼저 돌아가셔서 힘들어하는 친구. 


그래도 모임의 회비는 꼬박꼬박 쌓이고, 우린 일탈을 꿈꾼다. 우리끼리 외국에 한번 가보자는 얘기도 있었다. 몇 년 전 부산에서 배를 타고 대마도에 가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 해외여행이었다. 얘기는 동남아시아로 이어진다. 앙코르와트 사원이 나오더니, 몽환적인 하롱베이를 보고 싶다는 얘기에서 동남아 가서 마사지를 실컷 받아보고 싶다는 말까지. 


그러다 여행에 대한 로망은 훌쩍 유럽으로 건너뛴다. 유럽 하면 프랑스와 이태리라고 버킷리스트에 적어두고 캡처한 멋진 사진을 보여주는가 하면, 옆의 친구는 요즘은 북유럽을 지나 동유럽이 뜬다며 체코와 폴란드를 말하는 친구도 있고, 크로아티아에 가야 제대로 지중해를 볼 수 있다며 그곳의 황홀한 풍경과 휴양지 특유의 여유가 부러움을 넘어 꿈처럼 다가온다고.


들었거나 유튜브를 통해 아는 지식을 동원하여 희망사항을 얘기하고 떠들다 마주 앉은 소주 한잔에 현실로 돌아온다.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며 다시 해외여행을 말한다. 중국, 몽골이나 러시아 블라디보스독에서 대만까지 가까운 해외라도 가고 싶다는 욕망들이 꿈틀거린다. 어쩌면 외국이 목적이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멀리 날아가고 싶은 건 아니냐는 타박에도 그러면 어떼라고 웃는다. 소주 두 병이 비워지는 동안 우린 벌써 세계일주를 한 느낌이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운 요즘. 애들은 영어도 잘하고, 외국에 대한 두려움도 별로 없는 것 같아 자랑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고. 외국의 이국적인 거리도 좋지만, 그들과 일상을 나누고 싶고 그 삶의 속살은 보고 싶다는 친구는 언어의 한계가 쉽지 않다며, 빠르고 더 수월한 동시통역 어플을 기다린다고 하고. 그냥 영어공부를 하라고 딴지 놓는 친구. 


가보지도 않은 해외를 '라고 하더라'라는 귀동냥과 소문으로 마치 거기에 살아본 것 마냥 자랑삼아 말하는 친구들. 무슨 말이든 어떤 상상이든 자유로운 세상은 넓고 볼거리도 많다. 동네에 모여 우리끼리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온갖 상상하다 말 외국 지도 여행이지만 그런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난데없이 불쑥 '사람 사는 모양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결론 내리는 놈은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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