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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Jan 27. 2024

등에 봉

움츠리면 기운도 오그라들고

기운이 모습을 반영하고, 생각이 눈빛에 나타나고, 감정이 표정에 드러나듯이, 마찬가지로 형체를 보면 기세를 유추할 수 있고, 얼굴에서 기분을 알아챌 수 있다. 둥글면 굴러가기 쉽고, 뾰족하면 뚫기에 좋은 모양인 것이다. 구조와 기능이 그렇고, 형태와 작용이 그렇다. 


힘이 없어 허리가 접히고 꾸부정한 노인네들의 걸음걸이야 그렇다고 치지만, 아직 젊고 어린 학생들도 등이 휘고 굽은 모습이 많다. 거북목, 일자목이라거나 라운드숄더(Round Shoulder)라고 하는 자세가 많다. 컴퓨터나 폰을 보는 일이 많아서 그런 자세가 이뤄졌겠지만, 그렇게 집중을 하는 자세라고 해도 가슴을 펼 수는 없을까?


그로 인해 항상 어깨에 누군가 올라가 있는 것 같이 무겁고 뭉치며, 목 주변의 긴장으로 편두통까지 유발되기도 한다. 목어깨의 긴장은 자세와 스트레스 이 두 가지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목어깨를 지나 이미 등부위에서부터 자세가 불안정하면 목어깨의 긴장은 피할 수 없다. 고개를 푹 숙이고 움츠린 자세에서 등이 굽고, 어깨 관절의 경직이 동반되며 심하면 목디스크까지 나타난다.


고개를 들고 어깨를 펴라고 해도 쉽지 않다. 등의 흉추에서 유발된 굽은 자세가 우선 펴져야 한다. 즉, 가슴을 펴야 한다. 상부 흉추를 눌러보면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상생활 중에 흉추가 아프다고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 아마도 흉추는 구조상 늑골의 지지를 받아 안정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물론 담이 결리는 경우는 많지만.


흉추와 이어진 늑골의 구조는 가슴의 흉곽 속에 심장과 폐가 있어 이를 보호하기 위한 구조다. 그리고 심폐의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 낱낱의 갈비뼈로 연결된 구조다. 그렇게 골격으로 보호함과 동시에 활동성을 보장한다. 그런 지지구조로 흉추에서 통증은 감지가 잘 안 된다. 그러나 아프지 않다고 괜찮은 것은 아니다. 그 흉추 위에 경추가 있고, 아래로 요추가 있으니, 인체의 척추는 몸을 받치는 기둥이다. 각각 나눠 살피기보다는 한 통속으로 봐야 한다. 그 중심에 흉추가 있다.


웅크리고 움츠리면 기운도 펼쳐지지 못한다. 뭔가 쳐지고, 고민이 많아 보이고, 기운이 울체 되어 소화장애도 나타나기 쉽다. 물론 목과 어깨의 긴장도 유발된다. 그러니 가슴을 펴자. 가슴을 내미는 정도가 아니라 활짝 펴야 한다. 가슴을 쫙 펴서 햇살을 한가득 받아들이듯 펼쳐야 한다. 힘을 주는 게 아니다. 펼치기만 하면 된다. 목을 세우고 턱을 끌어당기고 눈을 상방 몇 도로 응시하라고 권유하는 로봇 자세보다는 그냥 가슴을 펴는 것으로도 좋다. 


어색하고 잘 안되면 봉을 등 뒤로 넘겨 양팔에 걸치면 쉽다. 그 자세는 허리에도 곡선을 만들어 준다. 그렇게 봉을 걸치고 앉고, 그렇게 봉을 끼우고 걷는다. 등에 봉을 끼운 자세로는 고개를 숙이려 해도 저절로 걸린고, 그렇게 앉으면 자연스레 기대어 앉는 자세도 피하게 된다.


세상이 우울하고, 삶에 치이고, 사는 게 답답해도 가슴을 펴야 기운도 펴지고 운세도 활달해진다. 쫄지 말고, 주눅 들지 말고, 가슴을 펴라. 가진 게 없어도 마음껏 가슴을 펴고 당당해야 폼이라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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