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기온차로 낮 햇살이 따갑고 밤엔 서늘한 날씨
여름내 잠 설쳐도 항상 내 배 덮던 7할 이불
새벽 냉기에 어깨가 서늘해져
가슴께 이불 올리면 드러난 무릎 주변이 선득거리고
발 시린 게 싫어 이불 내리면 어깨가 움츠려 든다
얄밉게 짧은 이불은 어깨냐 무릎이냐를 강요한다
밤새 위아래 옮기던 이불 귀찮아
아예 웅크리고 이불 크기 맞춰 몸을 구겨본다
선택은 또 다른 포기라 해도 선택과 포기는 동급은 아니다
선택된 어깨보다 포기한 무릎이 잠을 깨운다
애초 짧은 이불에서 어깨나 무릎의 선택은 궁색한 모색이다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의 해답 찾기는 외통수로 몰기 위한 수작이다
배고파 조금이라도 먹으면 금방 헛배 부른듯하여 더 이상 먹을 수없고(似飢不飢)
아픈 듯하여 살펴보면 딱히 어디 잘못된 곳을 찾지 못하고 (似痛不痛)
답답하며 불편한데 콕 집어 말하기 뭣한 조잡(嘈囃)이라는 증상처럼
뭘 해도 안녕하지 못하다
몸이 시달리고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함이 조잡증을 일으킨다
제한된 상황 설정 내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곤 하지만
무릎과 어깨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7할 이불의 한계를 먼저 찾고
배가 고픈 게 아니라 속이 허전해서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가능성들에
꼭 하나를 선택함과 동시에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정한 한계를 기준으로 설정한 오류일 수도 있지 않을까?